리터러시(literacy)는 누군가에는 매우 친숙한 단어겠지만 누군가에는 낯설다. 문해력, 혹은 문식성 정도로 해석되는 리터러시는 유네스코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인쇄 및 필기 자료 활용’이라는 정의가 유효한가. 요즘 초등학생들은 숙제할 때 책이나 백과사전, 심지어 검색엔진도 아닌 유튜브를 검색한다. 책을 만지기 전 스마트폰이나 패드 조작부터 가능한 디지털 네이티브족이다. 이들에게는 이미 문자와 이미지(읽기와 보기)가 역전됐다. 저자들은 이를 리터러시의 위기가 아닌 ‘변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문화연구자와 응용언어학자가 텍스트(읽기)에서 영상(보기)으로 옮아간 우리 시대의 ‘리터러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묻고 답하는 대담집이다.

저자들은 판이하게 다른 정보 환경이 도래했음에도 리터러시에 대한 평가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익숙한 이미지, 동영상이 아니라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문자 매체에 기반해 교과서와 선다형 시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터러시를 정의하고 평가하는 것은 권력이며, 이 권력을 특정 세대, 특정 계층이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기성세대가 영상만 보고 책을 읽지 않는다며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을 한탄하지만, 헤드라인만 읽고 판단하거나 ‘세 줄 요약’만 읽고 내용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40~50대도 마찬가지라고 꼬집는다.

저자들은 다양한 매체를 익히고 다루면서 균형을 잡는 것, 즉 ‘멀티 리터러시(multi-literacy)’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말하고 있다. 말과 글, 영상의 효과와 가치를 삶이라는 맥락에서 탐색하는 것, 그것이 개인의 경쟁력과 권력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소통의 기반이 되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몸과 사고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리터러시를 경쟁의 도구가 아닌 공공의 인프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들의 폭넓은 논의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