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팩트예요.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도 하지요. 나는 아주 아주 작아서 슬플 때가 참 많아요.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사람들은 걸핏하면 나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지요.” “너도 가짜 아니야? 누가 널 믿어?”
주인공 ‘팩트’는 사람들이 자신을 업신 여겨도 “누가 뭐래도 사실은 사실이니까”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팩트가 영 못마땅한 존재다. 그들은 결국 팩트를 상자에 가둬 땅속 깊숙이 묻어버린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팩트는 상자 속에 담긴 또 다른 팩트들을 발견한다. 팩트들은 한데 목소리를 높여 탈출하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 사이 바깥세상에서는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가 계속 만들어지고 퍼진다. 세상이 가짜로 뒤덮이기 전 다행히 팩트 수색대원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진실의 소리’를 듣고 땅속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가짜 뉴스가 심심찮게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시대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가짜 뉴스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사태에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씁쓸하게도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까지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다. 가짜 뉴스는 날로 그 세를 키우고 있어 이런 능력이 미래 세대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할 지 모른다.

동화 ‘아주 작고 슬픈 팩트’는 이런 현실을 반영했다. 아이들에게 범람하는 가짜 속에 파묻혀 작게만 보이는 진실이 실은 어마어마하게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며, 거짓과 구별해내고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말한다. 일반적인 동화와 달리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재치가 돋보이는 은유적 스토리 덕분에 흥미롭게 읽힌다. 귀여운 그림체 역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기 ‘버락’을 통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조나 윈터가 쓰고,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앵그리버드 더 무비’ 등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한 피트 오즈월드가 그림을 그렸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