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무인매장 아마존고 등장 등
- 첨단 디지털화로 노동 시장 급변

- 국내외 활동 다양한 전문가 4인
- 소득불평등·고령화 등 국내이슈
- 구체적 자료 곁들여 해결책 제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2018년 점원과 계산대가 없는 무인매장인 아마존고를 개장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센서 기술 등을 결합시켜 첨단 디지털화를 구현한 이 매장은 지난해 미국 내에만 9곳이 생겨났고 올해는 50개, 3년 안에 300개의 매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고는 물건 구매를 위한 대기 시간은 물론 인건비 역시 현저히 줄인다. 하지만 미래의 삶을 바꿀 이 기술력에 대해 마냥 감탄 할 수만은 없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서비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발간한 ‘2019 OECD 고용전망:일의 미래’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중간숙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자동화로 향후 15~20년 사이에 14%의 직업이 사라지고, 32%의 직업이 업무 형태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리라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노동환경에 맞는 훈련, 질 좋은 직업의 제공, 소득분배와 사회안전망 제고 등 밝은 미래를 위한 정책 제안에 고심하고 있다.

자동화나 디지털화가 일상에 침투한 지 오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하게 기술 혁신이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신진 기술은 새로운 위험과 기회를 함께 가져오며, 우리의 노동과 삶에 대한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급격한 전환이 곧바로 불평등의 심화로 귀결되지 않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에서의 논의는 단편적인 차원에 그친다는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저자들은 국내외 학교와 연구소, 기업, 입법 과정 등 여러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한 법학, 경영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약 1년 반 동안 국내외에서 매달 모여 토론하고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과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에 대한 가치와 시스템 재정립, 고령화와 노동시장, 소득불평등, 노동소득 분배와 소득주도성장, 저출산 고령사회와 사회안전망 등으로, 우리사회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와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국을 비교·분석한다. 고령화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연금 개혁, 정년 연장, 기본소득 등을 중심으로 노동의 미래도 내다본다. 이어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자본과 노동 간의 분배,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 등 지난 수년간 가장 많은 논란이 되어 왔던 논쟁들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와 각국 간 비교를 통해 심층 분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해법이 있는지 등을 다룬다. 책에서 언급하는 주제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 다뤄온 논쟁거리이기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 분석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확인해 가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