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물패 등장 ‘동래판놀음’ 백미

동래 지역은 전통춤 문화가 꽃을 피워 온 곳이다. 어디 춤뿐이랴. 부산의 역사는 곧 동래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덕에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동래 지역의 문화유산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면 어떨까.

	오는 12일 윤여숙무용단이 부산민속예술관에서 선보일 ‘2020 동래별곡’ 중 한 장면인 한량과 기녀의 춤. 윤여숙무용단 제공

윤여숙무용단이 오는 12일 오후 4시 부산민속예술관(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 내) 송유당에서 ‘2020 동래별곡’을 무료로 선보인다. 이 공연은 지역 전설과 역사적 사실을 융합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열린다. 공연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온천천 유래를 말해주는 백학 전설. 전설에 따르면 다리를 다친 백학이 따뜻한 샘을 거닐고 난 뒤 힘차게 날아가는 것을 본 한 노파가 자신의 아픈 다리에도 샘물을 찍어 바르자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두 번째로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맞아 싸우다 전사한 동래부사 송상현과 그를 따라 의절한 의기 금섬의 이야기가 담겼다.

공연은 모두 4장으로 이뤄진다. 1800년대 온천장을 배경으로 한 ‘백학의 전설과 동심결’에서 시작해 동래부사와 관기와의 재회를 그린 ‘동래부사 부임 행차와 연향례’, 신명 나는 ‘동래 판놀음’, 두 남녀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백학 전설과 남녀의 사랑이 동래고무·한량춤·입춤·학춤과 같은 동래 지역 전통춤으로 피어난다.

3장 ‘동래 판놀음’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동래부사를 환영하는 판놀음이 펼쳐지면 꽹과리, 장고, 북 등을 쥔 풍물패가 무대로 밀고 들어온다. 신명 나는 춤판이 벌어지면 등에 바가지나 베개 따위를 넣고 익살스럽게 추는 곱새춤, 양반의 위선을 풍자하는 휘즐떼기춤, 동물의 행동을 모방한 두꺼비춤 등 각종 장끼춤이 무대와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다.

이번 공연을 위해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0호 동래고무 보유자인 김온경이 예술 감독을 맡았다. 또한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4호 동래지신밟기 보유자인 심지영, 부산시무형문화재 제3호 동래학춤 전수교육조교 이광호, 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 동래야류 이수자 이돈희 등이 출연한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윤여숙무용단 윤여숙 대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춤이 여유이자 멈춤이 될 수 있다”며 “공연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전통 예술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 해 전통 예술 대중화에 앞장서 온 윤여숙무용단은 올해부터 부산민속예술관 상주단체로 선정돼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소속 전통 예술 단체와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