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역사를 보면 인류의 역사가 보인다. 인류는 사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그 지역이나 나라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이들 음식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분쟁을 넘어 세계 역사를 바꾼 계기가 됐다.

이 책은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고 즐기는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등 6가지 가루의 이면에 숨겨진 세계 역사를 펼쳐보고, 이를 통해 세계 역사와 지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소금이 대량 생산되기 전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했다. 소금을 팔아 떼돈을 번 거상들이 출현하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뒤엎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로마에서는 군인의 월급을 소금 화폐(살라리움)로 받았는데 여기서 월급을 뜻하는 영어단어 샐러리(salary)가 유래됐다.

설탕은 사탕무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덥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것밖에 몰랐다. 때문에 소금보다 훨씬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중동에 쳐들어간 십자군은 설탕을 얻기 위해 이슬람 세력이 제안한 동맹도 거부한 채 전쟁을 일으켰으며, 십자군이 중동에서 쫓겨나자 유럽인들은 설탕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붙잡아 온 흑인들을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 중노동을 시켰다. 설탕의 달콤함 안에는 흑인 노예들의 쓰디쓴 삶이 흐르고 있다.

후추 쟁탈전도 눈길을 끈다.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지인 후추에 매료된 유럽인들은 이를 구하러 멀리 떨어진 동방으로 함대를 보냈고, 그 과정에서 태풍에 휩쓸리거나 더위와 괴혈병에 걸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16세기 들어 터키를 통해 유럽에 전파됐다. 이후 프랑스 혁명을 계획한 장소가 커피를 즐기던 카페일 정도로 유럽인들에게 보편화된다. 한 문명이 일어서고 융성하며 쇠퇴하는 과정을 6가지 가루를 키워드로 살펴보면서 이들을 얻기 위한 인류의 몸부림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