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석 ‘여름날’ 청춘의 거제 유배 그려
- 창조센터 지원작으로 내일부터 상영

- 김민경 멜로 ‘리메인’ 27일 관객 찾아
- 영상위 사업 선정돼 센텀시티 등 로케

부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감독들이 지역의 응원에 힘입어 만든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다.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물론 부산·경남 지역의 매력까지 잘 담아내 눈길을 끈다.

	오정석 감독의 ‘여름날’(오른쪽 사진)과 김민경 감독의 ‘리메인’ 중 한 장면.

오는 20일 동의대 영화학과 출신 오정석(30)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여름날’이 전국에서 개봉한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후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원하는 영화 스타트업 배급 판로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지역 유일의 독립영화 배급사 씨네소파를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영화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경남 거제로 내려온 ‘승희’가 ‘거제 청년’과 겪은 익숙하고도 낯선 여름을 섬세하게 그렸다. 고려 시대 유배 장소였던 폐왕성 등 경남 거제도만의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의지할 곳 없는 청춘들이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반드시 거치게 되는 유배의 시간을 담았다.

청춘의 유배라는 독특한 소재는 오 감독이 진로를 고민할 때 외가가 있는 거제도로 내려간 경험에서 비롯했다.

오 감독은 “청춘이라면 한번쯤 성장하고 독립하기 위한 시간을 견뎌내야 하지만 이는 기댈 곳이 없이 외롭고 쓸쓸하기만 시간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당시 감정을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서사 대신 인물의 정서를 따라가는 구성과 즉흥 연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오 감독은 “날씨 상황, 배우 감정 등 날마다 다른 변수를 녹여내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출신 김유라가 주인공 승희 역할을 맡았으며, 영화 ‘잔칫날’로 화제를 모은 배우 겸 감독 김록경이 거제도 청년을 소화했다.

오는 27일에는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부산 영화계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김민경(38) 감독의 장편 ‘리메인’이 전국 관객을 찾는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아내지만 성 불감증을 겪는 무용 치료 강사가 장애인 수강생과 사랑에 빠지자, 남편이 이를 질투하면서 벌어지는 치정극을 그린 영화다. 드라마·영화에서 활약 중인 배우 김영재를 포함해 이지연, 하준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성 불감증을 겪는 여성 주인공의 일상생활에 흐르는 감정의 저류를 예민하게 담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밀라노국제영화제,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 등 유명 국제영화제에도 연이어 초청됐다.

‘리메인’은 부산영상위원회 장편 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전체 분량을 부산에서 찍은 작품이다.

김 감독은 “부산에서도 특히 해운대구 센텀시티를 매력적으로 그렸다. 무더운 여름에 조금 일찍 쓸쓸한 도심의 가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