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주 많이 내리던 날, 할머니 혼자 살던 집에 커다랗고 새카만 돼지가 찾아온다. 덩치가 커서 집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돼지는 고양이 한 마리만 불쑥 들이밀며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쥐를 잘 못 잡고, 노래도 못 부르며 아프기까지 한 고양이라 할머니는 썩 내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약한 모습에 마음이 쓰여 정성스럽게 보살핀다. 고양이는 평범하지만 튼튼하게 자랐고, 할머니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우리 집 고양이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예요.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고양이예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지만. 나, 사실은 혼자인 걸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18쪽)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랗고 새카만 돼지가 다시 한번 할머니 집에 찾아와 새로운 고양이를 내민다. 이번에는 쥐를 잘 잡고, 노래도 멋스럽게 부르고, 집안일도 척척 해내는 특별한 고양이였다. 새 고양이 덕에 할머니의 일상은 아주 편해졌지만, 기쁘지가 않았다. 할 일이 없어진 할머니는 멍해지고, 의기소침해진다. “나란 사람 참 쓸모가 없구나.”(45쪽)

동화책 ‘할머니 그날 그 소리예요’에서 할머니는 특별한 고양이보다 평범한 고양이와 살던 때를 더 행복하게 느낀다. 첫 번째 고양이는 크게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할머니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 평범한 고양이가 우유를 만들면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고, 무서운 일이 생길 땐 서로 찰싹 붙어 의지하기도 한다. 반면 두 번째 고양이는 완벽했지만, 어쩐지 할머니 존재를 지워버리는 느낌을 준다. 동화는 할머니에게 차례로 찾아온 두 마리 고양이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교감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한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삽화, 유머러스한 대화체로 구성해 동화를 읽는 재미도 더했다.

저자인 사노 요코(1938~2010)는 일본의 저명한 동화작가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 우산’ ‘사는 게 뭐라고’ 등의 작품을 펴냈으며, 일본 정부가 주는 자수포장(2003년)과 이와야 사자나미 문예상(2008년)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