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브랜드 높이는 비전 제안

“‘신이 내린 정원’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우리 부산의 자랑이자 원죄다. 천연기념물 보호지역 안에 자리 잡은 거대한 쓰레기장은 우리의 탐욕 덩어리이기도 하다. 이제 이러한 을숙도를 과거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반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생태 필드 뮤지엄으로 거듭나게 할 순 없을까? (…) 부의 유산인 을숙도 쓰레기매립장, 분뇨 해양투기장을 오히려 그대로 살려 반면교사 교육의 장으로 삼자는 것이다.”(26쪽)

김해창 경성대(건설환경도시공학부·사진) 교수가 최근 ‘창조도시 부산, 소프트전략을 말한다’(인타임)를 펴냈다. 경제 환경 문화를 고려한 부산의 발전 방향을 제안하는 책으로, 2018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웹진 인저리타임에 1년6개월에 걸쳐 게재한 기고문을 한데 엮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창조도시’는 토건 사업이나 대형프로젝트 중심의 사고와는 결이 다르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시민과 행정이 지혜를 모으는 소프트전략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는데, 제1부 ‘환경이 곧 경제다’에서는 지역성에 바탕을 두고 부산의 생태적 마인드를 세계에 발산하려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을숙도 쓰레기 매립지에 필드 뮤지엄 ‘탐욕의 끝’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와 함께 ▷을숙도 하구를 철새공화국으로, 진우도를 생태보물섬으로 만들자 ▷부산시, 기후 위기 대비한 부울경 ‘도농 상생의 메카’ 전략이 필요하다 등의 제안을 담았다. 제2부에서는 역사문화가 도시경쟁력이라는 주제로 ▷해양수도 부산, 부산항 개항의 역사 바로 보기에서 시작하자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독도 지킴이 안용복 장군의 기개와 정신 되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등을 주요 이슈로 다뤘다. 마지막 제3부는 ▷새해 ‘양성평등도시 부산’을 꿈꾼다 ▷국제관광도시 부산, 시민과 함께 부산브랜드를 세계에 마케팅하자 등의 주제로 도시브랜드 강화 방안을 전한다.

김 교수의 아이디어 일부는 이미 부산시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부산이 살기 좋은 이유 101가지를 만들어 국내외에 알리자’는 제안은 지난 6월 출간된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부산연구원)의 마중물이 됐다. 또 지역의 미래 자산인 지역 원로를 기록하자는 아이디어는 부산문화재단의 ‘부산예술인 아카이빙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김 교수는 책을 매개로 독자들과 부산의 비전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 교수는 “자연과 공생을 도모하면서 인간이 존중되고 공동체가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조도시 부산론’을 이야기할 시대가 왔다”며 “‘창조도시부산만들기’란 시민이 부산 지역에 있어야 할 모습을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 가는 지혜나 연구를 바탕으로 뜻을 모아 계획적으로 실행하거나 실현해가는 노력의 총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