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형평성·공원관리 이유 반려
- 건립 장소 확정까지 시일 걸릴듯

‘부산을 사랑한 소설가’ 솔뫼 최해군(1926년~2015) 선생을 기리는 문학비가 만들어진다. 문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추진위는 ‘부산시민공원’에 문학비를 설치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지만, 부산시가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반려한 상황이라 장소를 확정 짓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솔뫼 최해군 선생(왼쪽)과 문학비 샘플. 국제신문DB 최해군 문학비 건립추진위원회 제공

최해군 문학비 건립추진위원회는 고 최해군 선생의 문학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8월 발족한 추진위는 부산소설가협회 부산작가회의 부산문인협회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다. 추진위원장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겸 문학평론가가 맡았고, 학계 문학계 예술계 인사 85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2015년 8월 타계한 최해군 선생은 요산 김정한, 향파 이주홍의 뒤를 잇는 부산지역 현대문학 2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기장군 정관면 출신으로 45년간 교직에 몸담았으며, 196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장편소설 ‘사랑의 폐허에서’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종막’이 당선돼 등단했다. 또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향토사 연구가이자 시민운동가로도 기억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생전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1990), 자랑스런 부산시민상(2010) 등도 받았다. 추진위는 “부산 사랑의 구체적 모습을 향토사 연구와 문학작품으로 보여준 솔뫼 최해군 선생의 정신은 시민이 기억하고 전승해나가야 할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라며 문학비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학비는 가로 2.6ｍ, 세로 1.5ｍ 폭 0.7ｍ의 자연석으로 만든다. 부경대학교 홍동식(산업디자인과) 교수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글씨체는 역동성과 리듬성을 표현한 ‘부산체’를 쓰기로 했다. 비문의 앞면에는 최해군 선생의 유고집 ‘그날의 그 바람결에’의 글 일부를 싣고, 뒷면에는 약력을 새긴다.

다만 문학비가 세워질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진위는 최해군 선생의 상징성을 들어 시민공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시는 형평성과 공원 관리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2014년 개장한 시민공원(47만3911㎡)은 조성 단계부터 기념비 추모비 등은 자제하자는 방침으로,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비석도 허용하지 않았다. 시민공원의 시설률(공원에서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39.8%로, 마지노선인 40%에 근접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근린공원은 면적이 10만 ㎡ 이상이면 시설 면적을 전체의 40% 이하로 제한해 녹지를 보장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공원에 기념비를 설치한 전례가 없고, 타 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공식적인 심의를 원하면 추진위가 ‘공원위원회’에 제안서를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공원위원회는 부산 내 전체 공원을 대상으로 조성계획 변경과 관련된 이슈를 논의하는 기구로, 조경 건축 등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남송우 추진위원장은 “문학비는 규모가 작고 시민공원에 있는 기존 자연석들과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라며 “최해군 선생을 알리고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o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