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F1963 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독일 사진가 칸디다 회퍼(76)의 부산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5번째 개인전이다. 회퍼는 사진 매체를 통해 도서관·극장·박물관 등 문화적 공공장소들의 내부 공간을 유의미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 왔다. 특유의 정교한 구도와 완성도 갖춘 기술 및 기교로 현대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9~2017년 초기작과 근작 10여 점을 통해 다양한 장소성을 드러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지역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독일의 유명 사진가 칸디다 회퍼가 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제공

특히 가로 145.7㎝ 세로 180㎝ 크기의 대형 사진 3개가 나란히 이어 붙여진 작품이 눈에 들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개러지 현대미술관 내부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 ‘Muzei sovremennogo iskusstva “Garaj” Moskwa VI, VII & VIII’이다. 이 미술관은 1968년 옛 소련 모더니즘 건축 양식으로 지은 레스토랑 속에 지어졌다. 사진 속 낡은 벽돌과 대조되는 정갈한 신축 계단은 건물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드러낸다. 작가가 사물을 담아내는 방식인 ‘시간 혹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공간을 그대로 담아내려면 사진을 세 번 찍어 이어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람자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기에 사진 역시 프레임 하나에 벽면을 다 넣기 불가능하다. 시야를 극대화하려 한 벽면을 세 프레임 안에 담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사진 속 대상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포착해 장소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업 때는 본래 존재하는 인공조명과 자연광을 제외한 인위적인 조명 장비나 보정을 더하지 않는다. 카메라로 담아낼 장소를 오랫동안 관찰해 다양한 구도와 그에 따른 조광을 사전에 철저하고 세밀하게 계산한 끝에 결과물을 담는다. 대형 사진을 선보이는 이유도 사진으로 실제 공간에 온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모스크바 명소인 볼쇼이극장의 화려한 색감과 장식을 보여주는 작품,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등이 이런 경향을 잘 드러낸다.

그는 20여 년 동안 삼각대와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했지만, 수년 전부터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일반 액자 크기에 초점도 미세하게 흔들려 이전 작업과 매우 대조적이다. 자유롭게 공간에 접근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1989년 작 ‘Ethnographisches Museum Lissabon I’와 최신작인 두 작품 ‘Folds 2016’ ‘Tables 2016’은 모두 핸드헬드 카메라로 작업했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카메라는 지금도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작업할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공간과 시간은 포착될 수 있다. 그것이 사진의 능력이다. 하지만 촬영 전에 공감을 체험해야만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진이 오롯이 공간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가 역시 “전염병으로 예전처럼 여행하지 못하게 됐다. 파리, 모스크바, 쾰른 등에서 찍은 작품을 보면서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느낀다. (사진으로는) 실제 그 공간에서 느끼는 시간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스위스 바젤 현대미술관, 베른 현대미술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 (051)758-2239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