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가 웹 콘텐츠 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일제히 ‘웹 예능’에 주목한다. 모바일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접근하며, 유튜브의 5~7분짜리 숏폼(Shot form) 콘텐츠는 짧은 시간 접속해 영상을 보는 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태어나 첨단 IT기기에 능숙한 영상 세대다. IMF를 겪은 부모 세대를 보고 성장해 소비·지출에서 합리적이지만, 즐겨 보는 웹툰과 웹 예능 같은 영상 콘텐츠에는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 대표적인 웹 예능의 시작은 ‘리얼막장 모험활극’을 표방한 tVN의 ‘신서유기’라 할 수 있는데, 지상파에서 못 보던 과격한 대화, 유치한 분장 쇼와 B급 유머로 시즌 8까지 제작되며 웹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학기 ‘문화비평’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물었다. 많은 수가 ‘문명특급’을 꼽았다. 그 이유가 올해 유행어로 등극한 ‘숨듣명’ 때문이라나. 숨듣명은 ‘숨어 듣는 명곡’으로 숨어 들을 만큼 창피한 요소는 있지만, 이 곡이 누군가에는 명곡이 될 수 있다는 반전이 있다. 드러나는 조롱과 야유의 내부에는 결국 다양한 대중문화를 놀이로 승화시킨 Z세대만의 감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숨듣명’은 ‘숨트명’(숨어 듣는 트로트 명곡)까지 수많은 패러디를 만든다. SBS 스브스 뉴스 한 코너로 기획된 ‘문명특급’에서 등장한 ‘숨듣명’의 인기는 2000년대 반짝인기를 누린 아이돌 그룹 유키스, 멤버의 능력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틴탑, 제국의 아이들의 노래를 소환했다. 비의 ‘깡’처럼 ‘숨듣명’은 과장된 안무, 엉뚱하고 난해한 가사로 발표 당시엔 묻혔지만 10여 년 지난 지금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과거 영상 소환을 통한 유니크한 캐릭터 찾기, 까발림의 미학으로 발전한다. 이 열풍은 ‘재현이 아닌 재해석’이라는 Z세대의 달라진 속성을 보여준다.

조롱조차 놀이로 만든 놀라운 유행은 한국 대중문화가 진화한다는 방증이다. 존 피스크가 말한 신수용자들은 재미를 놀이로 승화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를 생산한다. 당신이 듣고 싶은 숨듣명은 무엇인가? 당당히 즐기는 시대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