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성 동물학의 세계적 권위자
- “창의는 키메라적 특성 담보해야
- 감각경험에 의존한 기존 인문학
- 그 틀 깨면 새 계몽운동 이끌 것”

창의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휘되는가.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Jim Harrisom

사회성 동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통섭’ ‘과학적 인본주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학설)’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창의성의 본질을 파헤치는 책 ‘창의성의 기원’을 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창의성을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즉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본다.

18세기 후반 ‘천재성’이란 용어에서 분리돼 연구되기 시작한 창의성 개념은 오늘날 ‘새롭고 적절한 일을 할 수 있는 특성 또는 능력’쯤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윌슨은 보통의 창의성 이론에서 ‘키메라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 키메라는 고대 그리스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로 사자 머리에 염소 몸통, 뱀 꼬리를 달고 있다. 키메라적 특성이란 이렇게 경계를 허물고 통합을 꾀하는 가운데 나오는 특출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가 창의성을 위해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과학과 인문학이다.

인문학과 과학의 조화로운 통합은 이미 그의 ‘통섭’ 이론에서 제시된 바 있다. 윌슨은 이 책에서 ‘창의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는가. 또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인문학을 정복해야 한다는 ‘과학제국주의’를 주장한다는 오해를 받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문학자들에게 묻는다. 왜 과학자들이 해 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문학을 연구하지 않는가. 과학을 방법이자 토대로서 포섭하고 인문학을 스스로 확장해 가면 되지 않는가. 그는 지금의 인문학이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제한된 감각 경험이라는 공기방울 안에 갇혀 있어서 불필요하게 인간 중심주의이고, 인간 조건의 궁극 원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인문학이 진짜 인문학으로 발전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과학과 통섭을 이룸으로써 자신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윌슨은 과학이 “우리가 선택한 곳으로 가려고 할 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알려주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과학이 무엇을 만들어내든 그것을 갖고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그는 인문학과 과학이 균형을 이루고 통합될 때 세계적으로 새로운 ‘계몽 운동’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난 제1차 계몽, 종교전쟁과 갈릴레오의 발명 이후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직전까지 이어진 제2차 계몽, 그리고 인문학과 과학이 결합된 제3차 계몽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통섭 이론의 주창자가 한 단계 발전시킨 이론서인 만큼 읽어내기 쉽지 않지만, 어린아이의 교육 키워드쯤으로 사용되는 창의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파헤치는 독특한 이론이 궁금하다면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신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