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목적으로 재현한 정사기선
- 청룡 얼굴·궁궐단청으로 장식
- 용호만 부두 선착장서 승·하선
- 오륙도~이기대~광안대교 항해
- 문화사업 이색 콘텐츠로 확장

조선통신사 문화교류사업인 조선통신사 뱃길탐방 ‘배타러 가자’는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배를 타고 부산 앞바다를 돌아보는 행사다. 문서나 글자 속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기획된 것으로 자녀와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신청자가 많아 무척 인기가 있다고. 1년에 한 번만 진행되는 자리라 더욱 예약하기는 어렵단다. 어떤 콘텐츠로 참가자들을 사로잡는지 궁금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고증을 거쳐 재현한 조선통신사 사절단 배.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 부산 남구 용호만 부두 다이아몬드베이 선착장을 출발한 조선통신사 정사기선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재현한 배다. 전체 길이는 34ｍ, 너비 9.3ｍ, 높이 5.4ｍ의 150ｔ 규모다. 다가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장식이 화려하고 잘 꾸며져 있는데다 규모도 커서 이 정도면 일본까지 갈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배에서 바라본 오륙도.

강원도 삼척 태백 정선 등지의 자생한 금강송 소나무, 떡갈참나무, 박달나무 등을 900그루 사용해 만든 목선으로 갑판 아래는 조선통신사 관련 전시물이 있고 갑판 위에는 판옥과 돛대가 있다. 판옥에는 오른쪽 선수 방향에 누각을 설치해 정사가 직무를 보거나 입출항할 때 항구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관람객 여럿이 누각에 앉아 당시 조선통신사 정사처럼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배가 출발했다. 판옥을 둘러싼 벽은 당대 유행하던 화풍인 연꽃 모란 매화 매 등의 그림으로 장식했고 기둥과 보는 궁궐단청으로 치장했다. 선수는 청룡의 얼굴을 그려넣어 정성들여 꾸민 모습이다.

이 배를 만들고 목포에서 부산까지 몰고 온 홍순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조선통신사 사절단은 정사 부사 종사관 등과 삼사이하 화원 의원 역관 약사 등 총 450명에서 50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타고 간 배가 조선통신사선으로 이 선단은 총 6척이며 정사기선과 복선이 한 조, 부사기선과 복선이 한 조, 종사관기선과 복선이 한 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홍 학예연구사는 “특히 정사가 타는 정사기선은 조선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다른 배보다 크게 제작하고 궁궐단청으로 단장한 기록이 있는 걸 봐서 당시 최고의 조선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배는 오륙도~이기대~광안대교 인근을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오후 1시 30분 출항한 배가 10분 여 항해를 했지만 여전히 바다 위 풍경은 해무로 완전히 하얗게 덮여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내항에서 기다리다 시야가 좀 틔여 오륙도로 다가갈 때 쯤 해무가 옅어져 오륙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 사절단이 보던 오륙도를 그때와 똑같이 재현한 배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남달랐다.

오후 3시를 좀 넘겨 하선할 때가 되자 해무는 영도 쪽으로 많이 밀려났다. 다음 차례 승선자들은 좀더 맑은 하늘을 보겠구나 싶었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생활문화본부장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조선통신사 정사기선을 연구 목적으로 재현한 것을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사업으로 활용하는 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부산시민이 조선통신사를 책 속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고 당시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상상할 기회로 삼을 수 있어 의미 있다”며 “내년 8월 쓰시마 아리랑 축제에 이 배를 타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