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오브제 양식 도예작업 선도
- 교단서 50년간 공예문화 확산도
- 전시실·작업실 갖춘 미술관 조성
- 내달 3일까지 개관전 ‘테라코타’
- 도예 작품 신작 100여 점 소개

부산지역 1세대 현대도예가 청사(靑砂) 이기주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너른 바다와 맞닿은 기장군 일광면 문중리에 자리한 공간으로, 다음 달 3일까지 이 작가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는 개관전 ‘테라코타’도 개최한다.

작업하고 있는 이기주 작가. 이기주미술관 제공

서울대학교 조소과 출신인 이 작가는 부산에서 오브제 양식의 도예 작업을 선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8년 만들어진 부산 최초 입체작업 동인 ‘공간(空間)’의 결성 멤버로, 지난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1960-70년대 부산미술:끝이 없는 시작’전에서 재조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작가는 50년 이상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예문화 확산에도 힘써왔다. 1972년 경남공업고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할 당시, 부산시 교육위원회 주최 미술 실기대회에서 이 작가가 지도한 학생들이 대거 상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일도 있었다. 1974년에는 경성대학교 공예과 교수로 임용됐고, 동 대학에서 예술대학 학장과 산업대학원 원장을 거쳐 2006년에 예술종합대학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이기주 작가 작품 ‘좌상’. 이기주미술관 제공

해외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1992년 한일도예대학을 만들고 2016년까지 실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한일도예대학은 당시 공예분야로는 국내 최초로 진행한 국제 행사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 교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당 행사는 2002년 이후 아시아뿐 아니라 스페인 미국 등 각국의 저명한 현대 도예가와 평론가를 초청하는 전시·세미나 형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 1994년 국제신문이 지역에서 최초로 시도했던 국제 도예 공모전 ‘국제도예전’에서도 운영위원장(1994~2000)을 맡아 오랜 기간 행사를 이끌었다.

이번에 기장군에 조성한 이기주미술관은 예술가 겸 교육자로 부산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애썼던 이 작가를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지상 2층의 310㎡(94평) 규모로, 이 작가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실제 살았던 집을 활용해 만들었다. 지하 1층은 이 작가의 작업실이고, 지상 1층과 2층을 전시실로 꾸몄다. 향후 1층 공간에서는 이 작가의 작품을 상시로 선보이고, 2층은 신진 도예 작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이기주미술관 전경. 이기주미술관 제공

한편 이번에 개관전으로 마련한 ‘테라코타’에서는 이 작가가 교수 퇴임 이후인 2005년부터 2020년 사이에 작업한 테라코타, 회화 100여 점을 모아 소개한다. 개인전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신작들로, 작품 수가 많아 이기주미술관과 산목미술관(해운대구)에서 나눠 전시한다. 이기주미술관 권상인 관장은 “해외에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고 작가 개개인의 미술관이 많다”며 “이기주 작가와 작품을 오래 기억하면서도, 예술가로서 지역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미술관을 조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술관 월·화 휴무.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