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음악 오디션 방송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안 ‘쇼미더머니’는 죽지도 않고 시즌 10으로 또 돌아왔다. 이 정도면 ‘전국노래자랑’ 뒤를 잇는 장수 프로그램을 기대해도 좋겠다. 비록 힙합은 나의 최애 장르가 아니지만, ‘쇼미더머니’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역시 인생은 힙합이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백미는 대한민국 랩 스타를 꿈꾸는, 평소엔 방송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온갖 별나고 생소한 캐릭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예선전이다.

힙합은 다른 장르에 비해 여러모로 관대한 음악인 것 같다. 본토와 비교해 유교힙합이란 놀림도 받지만, 보통 방송 기준에서 비호감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외모나 옷차림, 태도, 삐-처리되는 거친 표현까지 가능하면 개성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예선은 심사위원 앞에서 어떤 반주도 마이크도 없이, 그저 생목소리 하나로 자기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쏟아내며 진행된다. 한국힙합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나마 뭐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듣기 때문이다. 100% 이해하거나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많은 젊은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기회는 흔치가 않다. 랩의 특성상 한 곡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멋진 리듬과 플로우를 담아 쏟아낼 수 있으므로 스토리텔링에 좋다. 어쩌면 지금의 10대 20대에게 시와 소설 같은 문학을 대체하는 것이 힙합 아닐까?

많이 유순하고 익숙해졌지만, 쇼미더머니 초기 가장 충격이 컸던 건 역시 ‘디스배틀’이다. 힙합 본토에서 전해지는 전통이라 하지만, 전국에 방송되는 가운데 남의 집 귀한 자식들에게 서로 원수처럼 조롱하고 욕하라고 판을 깔아준다니. 이래도 괜찮은 걸까? 가끔 늦은 밤 번화가에서 멱살잡이하다 결국 연행되는 이들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말로 하는 편이 무조건 나은 것 같긴 하다. 심지어 힙합 본토에선 젊은 친구들이 위험하게 총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니까, 어쩌면 디스배틀은 웬만하면 말로 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놀이문화일지 모르겠다.

한국 어른들은 힙합에 귀를 기울이자. 다소 거칠지언정 웬만하면 말로 하자. 이게 힙합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말로는 안 되면, 피하는 게 상책. 어차피 인생은 힙합이니까. 드랍 더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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