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수출 1등 공신 반도체
- 초소화 등 관련 산업 전반 다뤄

유튜브에서 세계 속 한국의 저력을 주로 다루는 채널 구독자부터 주식투자를 하며 반도체 종목을 만지작거리는 동학 개미들까지. 인문학 구성 요소는 문사철(문학·역사·철학)에 머물러서는 절대 안 되며 반드시 ‘문사철과(문학·역사·철학·과학)’로 확장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교양인부터 과학·공학 쪽 책에는 좀체 손이 가지 않는 독서인까지.

뇌파 측정 및 해독 기기와 연결된 전자 섬유를 표현한 그림.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도,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이 땅 수많은 ‘반알못’(제가 반도체는 알지 못합니다만)들이 두 팔 벌려 반길 만한 책이라는 강한 인상을 권순용의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에서 받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면 과학 교양서 부문 추천도서나 필독서 같은 걸로 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 ‘자랑스런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반도체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당신이 우리나라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경제 측면에서 그 자랑의 핵심은 반도체다.

조금 식상한 방식이지만, 우선은 이 자료를 인용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1등 공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라는 사실을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 반도체 시장은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52.1% 커졌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퍼센트에 달한다.”(115쪽) 투자자라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더 실감 나려나?

“혹자는 반도체 산업이 점점 지고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전혀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의 전체 순매수 금액은 64조 원인데, 그중 4분의 1이 삼성전자에 들어가 있다. 같은 해 삼성전자 주가는 45% 급등하며 주주들에게 은혜를 갚았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보면 2019년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약 370조 원이었으니, 2020년 무려 173조 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저 173조 원 중 약 39조 원이 230만여 명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1인당 1700만 원 꼴이다. 사람들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66쪽)

이 책의 고갱이는 반도체 공학 쪽이되, 반도체 산업 전반을 다룬다. 이건 이 책이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왜냐? 우리 현재 삶을 포함해 곧 다가올 미래 그리고 먼 미래에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긴 존망이 달린 전쟁터다. 저자는 ▷초소화 ▷자동화 ▷에너지화 ▷인간화를 키워드로 반도체 세상을 알려준다. 반도체를 활용해 공기 중 떠다니는 성분으로 물을 만드는 등의 놀라운 에너지 하베스팅 분야, 투명망토, 전고체 배터리, 뇌와 합쳐 인간과 하나되는 반도체, 5G와 홀로그램….

부산대 노정균 교수 등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한국 연구자를 접하는 점도 유익한데, 유난히 울산 유니스트 교수가 많다. 저자 권순용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출신이며 현재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홍보대사다. 구독자 54만 명 유튜브 채널 ‘에스오디 SOD’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