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덕후’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새 책을 냈다. 스물다섯 번째 저서다.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브랜드와 디자인으로 북한 읽기’이다. 이 정도 속도면 그가 목표로 세운 100권도 달성할 듯하다.

한국의 신라면 포장지(오른쪽)와 비슷한 북한의 ‘소고기맛 즉석국수’ 봉지. 강동완 제공

강 교수는 어느날 백령도를 여행하다가 낯선 포장지를 발견했다. 다름아닌 북한산 제품이었다. 백령도는 4㎞ 정도 가면 북한 황해도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그는 그 때부터 1년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다니며 북한 생활 쓰레기를 주웠다. 현지 주민의 신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통일을 생각하는 그의 열정을 막지는 못 했다. 지뢰 금지지역 경고판을 보지 못하고 들어간 바람에 군부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압록강이 보이는 중국과 북한 접경에서 사진을 찍으며 북한 생활을 탐구하던 그가 이제 국내에서 북한을 연구할 수 있는 길도 찾은 듯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해 중국을 가지 못하는 상황도 그가 서해5도에 집착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북한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며 어떤 제품을 쓰는지 보여준다. 북한산 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드도 소개한다.

저자가 수거한 북한제품은 모두 708종 1414점이다. 당과류를 보면 짝퉁 헬로키티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남한 제품을 카피한 과자류도 상당수다. ‘어디에 좋다’는 등 약 광고 같은 설명이 포장지에 쓰여 있는 게 눈에 띈다. 박하향 알사탕은 항염증작용에 특효라고 적혀 있다. 고구마 과자는 장과 피부에 좋단다. 단물 튀기 가루비누 칠감 같은 북한식 한글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사진을 크게 넣었다. 사진을 줄였으면 적어도 3분의 1은 부피가 줄었을 것이다. 올 컬러인 이 책은 450쪽에 달한다. 종이 두께도 상당해 책이 무겁다. 책값도 3만5000원. 쉽게 사기 힘들다. 그는 책을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비를 털어 책을 낸다.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가 책임 편집했으니 자기 철학이 투영됐으리라.

‘책을 나가며’에서 강 교수는 다음 책 제목을 살짝 알렸다. ‘동해안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이다. 서해에 쓰레기가 있다면 동해에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