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토기 좀 보세요. 이런 모양은 처음 보네요.” 2011년 7월의 마지막 날, 뜨거운 태양 아래 비지땀을 흘리며 땅을 파던 중에 한 연구원이 흙이 잔뜩 묻은 토기편을 가리켰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으로 길게 뻗은 부리 모양에 구멍이 위아래로 2개씩 뚫려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오리 머리’ 모양이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 이야기는 연산동 고분군 M3호분에서 출토된 오리모양토기와의 첫 만남으로 생생히 기억된다.

오리모양토기 출토 모습과 복원 후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연산동 고분군은 부산 최고(最古)의 성곽 유적인 배산성지 아래의 나지막한 언덕에 위치한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거대한 봉분이 잘 남아있는 삼국시대 고분군으로 2017년에 사적 제539호로 지정됐다. 오리모양토기가 출토된 M3호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덩식 돌덧널무덤(주·부곽형 수혈식석곽묘)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동래 복천동 고분군을 축조한 가야 지배자 집단이 온천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연산동 고분군으로 무덤 구역을 옮긴 것으로 본다. M3호분에 묻힌 주인공은 서기 500년 전후에 동래 일대를 관할하던 지배자로 추정한다.

연산동 M3호분에서는 무덤의 축조 공정마다 이루어진 다양하고 새로운 장례문화가 확인됐다. 특히 오리모양토기의 출토 사례는 가장 특징적인 장례문화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봉분 축조가 완성될 무렵, 봉분의 북쪽 끝자락에 구덩이를 파고 큰 항아리를 수십 개의 조각으로 깨뜨려 차곡차곡 쌓았다. 그런 다음 잘 만들어진 오리모양토기를 다시 여러 조각으로 깨뜨려 항아리 조각 위에 올려놓고 흙을 덮어 묻었다.

1500여 년 전 옛 선조들이 연산동 M3호분을 축조하면서 오리모양토기를 땅속에 묻은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삼한시대 이후가 되면 무덤 안에 껴묻은 오리모양토기가 많이 출토된다. 이러한 점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 변진(弁辰)조의 기록(‘죽은 자는 큰 새의 깃털을 가지고 보내는데, 그 뜻은 죽은 자가 날아가기 위함이다”’)에서도 잘 나타난다. 고대 사람들은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고 새로운 탄생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오리모양토기를 껴묻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새’의 상징적 의미는 시골 마을 어귀에 있는 솟대로 이어졌다.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신앙의 대상물로 오늘날까지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연산동 고분군의 오리모양토기는 당시 동래지역 백성의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고, 사후세계로 간 지배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영혼의 전달자’로 생각된다.

옛 선조들이 오리모양토기를 통해 풍요와 안녕을 염원하였듯이, 오늘날 길고 어두운 코로나 터널을 지나 활기차고 안전한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