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로 동력을 되찾을 것만 같던 극장가가 ▷티켓값 ▷바이럴 ▷코로나라는 ‘삼중고’ 앞에 놓였다. 특히 제작비 100억이 넘는 여름 텐트폴(흥행을 보장하는 대작)영화들의 관객 동원이 예상외로 미미하자 배급사와 제작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한산’은 개봉 사흘째인 7월29일 31만 5423명의 전국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95만 3491명. 특히 개봉 첫 주말 예매량이 37만장을 넘으며 개봉 당일(31만 장)수치를 갈아치운 것도 고무적이다. 이 같은 성적이면 주말 이틀간 누적 관객수 200만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개봉전 언론과 비평가들의 호평에 비해서는 예상치 못한 성적이다. 전작인 ‘명량’(2014)의 경우 개봉 사흘째 227만 관객을 모았다. 올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도 개봉 사흘 째 관객수가 153만 명이었다.

2022년 텐트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부’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산’의 성적은 추후 극장 시장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관심이 크다. ‘한산’마저 흥행에 실패하면 추후 배급사의 대형 영화 개봉 전략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2 텐트폴 영화들. 시계방향으로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스틸컷

예상외의 흥행 부진은 시청 방식의 변화가 한 몫 한다. 특히 극장의 잇따른 티겟 가격 인상이 관객들의 부담을 유발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거리두기 동안 최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라고 하지만 한 편에 인당 1만4000원~1만5000원은 OTT 한 달 구독료보다 비싸다. A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티켓 가격이 단 기간에 큰 폭으로 올랐다”며 “이에 반드시 극장에서 볼 영화와 보지 않을 영화에 대한 관객 편차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가격 증가에 따라 관객들의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심리가 보수적으로 변한 것도 감소 요인 중 하나다. 예전처럼 관객들이 포스터와 예고편만으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영화 전문 채널이 급성장했고 이에 여러 채널의 평가를 꼼꼼히 분석한 뒤 신중한 관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재유행도 한 몫한다. 지난 26일에는 BA5 변이를 중심으로 4월 20일 이후 99일 만에 10만 명대를 기록했다. 거리두기 해제가 끝나고 보복 소비가 절정을 달했던 지난 5~6월 개봉작의 흥행작 ‘반짝 효과’라는 우려도 커진다. B 영화 마케팅사 관계자는 “예전 같은 ‘물량공세’만으로는 선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극장에 대한 관객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극장 흥행 상황에 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