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나리 ‘뼈’ 전찬영 ‘다섯 번째 방’
- 출품작 54편 중 최종 8편에 올라
- 지역 영화계 “경쟁력 확인” 환호
- 신 감독 투병 소식에 응원 봇물

부산 영화 두 편이 ‘DMZ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지역 영화계는 부산 다큐의 힘을 재확인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신나리 감독과 다큐멘터리 ‘뼈’ 스틸 컷.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측은 다음 달 열리는 제14회 DMZ Docs 한국 장편 경쟁작을 발표했다.

DMZ Docs는 한국 최대 다큐멘터리영화제로 국제경쟁, 아시아경쟁, 한국경쟁 부문으로 나뉘어 출품된다. 한국경쟁 부문에는 총 54편이 참가해 8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선정작은 ▷권아람 감독의 ‘홈그라운드’ ▷전찬영 감독의 ‘다섯 번째 방(가제)’ ▷이창준 감독의 ‘엄마, 영순’ ▷신나리 감독의 ‘뼈’ ▷장주영 감독의 ‘비상구 있는 집’ ▷김경만 감독의 ‘돌들이 말할 때까지’ ▷박군제 감독의 ‘해체:바다의 몸’ ▷설경숙 감독의 ‘씨앗의 시간’ 등이다.

주목할 점은 부산 영화계가 길러낸 두 여성 감독이 부산 다큐의 경쟁력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다큐 강세 지역이지만 남성 감독이 주류였다. 오민욱 김지곤 김정근 감독 등 리딩그룹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쟁작으로 선정된 신나리 감독의 ‘뼈’와 전찬영 감독의 ‘다섯번째 방’은 부산 출신 여성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과 데뷔작이다.

전찬영 감독과 그의 데뷔작 ‘다섯 번째 방’ 스틸 컷.

두 감독 모두 부산 영화인 육성 시스템에서 탄생한 재원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신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고, 30대 중반의 나이로 2014년 부산독립영화협회 시민 대상 영화제작 수업으로 발을 들였다. 이후 영화의전당 영화제작 수업으로 역량을 쌓았다. 전 감독도 경성대 연극영화학부를 졸업하고 영화의전당 다큐 제작 워크숍을 수강하며 성장했다.

박배일 오지필름 대표는 “부산 다큐는 남성 감독이 전통적 흐름에서 주류였다. 이번 경쟁작 선정에서 여성 감독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장편 다큐는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한 편 내지 두 편 작업을 시작하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작품활동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차민철(영화학과) 교수는 “부산은 다큐에서 특히나 강세를 보이는 도시”라면서 “국내에서 가장 큰 다큐 영화제 DMZ Docs에서 부산 다큐의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병 중인 신 감독의 안타까운 사연이 더해져 지역 영화인의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신 감독은 9주 전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이에 부산 다큐 네트워크 ‘다다’는 신 감독 투병을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지난달 29일 영화의전당에서 ‘신나리 감독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신 감독과 ‘뼈’를 함께 작업한 김동백 PD는 “서울에서도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신 감독은 영화제작 뿐만 아니라 지역 상영회 등 영화문화에도 활발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 부산 영화계의 유망주다”면서 “병마를 이기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