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 주제 다양한 글 수록 눈길
- 문화잡지 ‘비:플랫’도 4호 나와

인문 무크지 ‘아크’와 문화 잡지 ‘비:플랫’이 나란히 제4호를 내놓았다.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상지건축)가 인문학 확산과 공유 차원에서 내는 ‘아크’ 제4호는 주제를 ‘환대’로 잡았다. 이 혼란스럽고 위험한 시대에 남을 반기면서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의 환대를 키워드로 잡는, 사뭇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인문학 또는 인문 분야 필진 19명이 참여한 이 책에서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글은 철학자·문화비평가 김용석 전 영산대 교수가 쓴 ‘인간의 과제 환대(Hospitality)에 관하여’이다.
김용석 철학자는 이 글에서 지금 여기에서 환대가 갖는 뜻, 다시 말해 환대의 현재성을 흥미롭고도 깊이 있게 설명한다. 그는 ‘아우다 아부 타위의 방귀’ 같은 다채로운 사례를 들면서 이렇게 묻는다. “선이 악에 무릎을 꿇지 않기 위해서는 악을 끝까지 선하게 대해야 한다. 하지만 악은 선이 악해지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선에 대한 악의 치명적 전략이다. 그렇다면 선은 악에게 항상 당하고 말 것인가. 선은 어떻게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가.” 인간 스스로 설정한 환대라는 과제가 힘을 발휘하는 조건과 상황을 그는 여기에서 캐낸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쓴 ‘부산과 부산항, 그 존재의 의미’는 부산항을 환대 코드로 풀다가 부산 역사의 중요한 매듭도 푼다. 부산항 개항 시점을 1407년으로 볼지 강화도조약 체결에 따라 개항한 1876년으로 볼지 여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강 교수는 “1407년을 자주적 개항의 원년, 즉 ‘1차 개항’으로 보고,… 1876년을 ‘2차 개항’으로 보는 시각이 요청된다”고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정치철학자 김만권, 재일 사회학자 류영진, 차윤석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이한석 한국해양대 해양건축학부 교수 등이 기고했다.

‘비:플랫’은 부산에서 탄탄한 예술문화 활동을 펼치는 주식회사 나눌락이 펴내는 90쪽 안팎의 개성 넘치는 문화 잡지다. 이번 제4호에는 ‘Place! 익숙한 동네 안, 설레는 장소’에서 ‘부산의 특별한 콘서트홀’ 지난 호에 이어 선정했다. 해운대구 우동 클라랑 뮤직홀, 중구 대청로 BOF 아트홀,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쿠무다 콘서트홀, 남구 수영로 아모스 아트홀이다.

사진가 김선아는 부산 인디 음악 공간인 남구 용소로 오방가르드 등을 포토에세이에 담았다. “15년 넘게 고지식하게 부산만을 모티브로 해서 감성이 가득한 장면을 기억하고 애잔한 삶이 시작된 곳을 그리고 있는” 노연희 작가, “한국에서는 민선재, 스페인에서는 클레멘테 민으로 두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민선재 인터뷰 등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