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 미묘한 감정 함축된 그림책
- 잘 고르고 읽는 법 담은 안내서
- 자녀에게 읽어줄수록 소통 강화
- 부모의 마음속 동심도 찾게해 줘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내용이 짧고 단순하다고 해서 어린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책은 아니다. 일반 서적과 비교해 페이지가 월등히 적지만,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함축해 표현한다. 그림책 작가들은 은유와 상징을 사용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풀어간다.

부산 연제구의 유서 깊은 어린이 책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을 찾은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국제신문 DB

그림책의 글은 한 편의 긴 시처럼 읽힌다. 그림은 각 장면이 완성된 하나의 그림이다. 그 각각의 그림은 이어진다. 그래서 그림책에는 글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그림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다. 더 보탠다면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해진 이야기가 있다. 누구와 함께 책을 읽느냐에 따라 감동과 재미의 진폭이 달라지며, 읽을 때 마다 매번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림책의 독자는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렇게 근사한 그림책이 왜 없었을까!” 하며 억울해하는 이가 많다. 이런 말을 하는 어른이라면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다. 도서관의 어린이자료실에 가보라. 그림책을 대여섯 권씩 쌓아두고 보는 아이 옆에 앉은 엄마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어느 순간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져버리는 엄마들이 그 속에 있다.

그림책을 펼치면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튀어나와 독자를 사로잡는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그림책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박희연 조경희 조명숙 세 명의 저자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거운 그림책 사용 설명서’를 냈다. 그림책 구성, 그림책을 읽는 이유, 그림책 읽는 방법, 그림책 읽을 때 닥치는 문제 상황 해결법, 그림책 선정 방법까지 담은 ‘그림책 읽기 안내서’이다.

세 명의 저자는 유아교육을 전공한 문학박사이자 ‘한국그림책학교’ 연구진으로 활동한다.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그림책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깊어진 저자들이 10여 년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신념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100여 권의 그림책을 예시로 들어 그림책 읽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자녀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부모라면 이 책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자녀에게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 주어야 할지 막막한 부모에게는 알차고 실용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른 효율적인 읽기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경험 많은 엄마가 고민 많은 초보 엄마에게 ‘그림책 깨알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다. 특히 3부 ‘막상 읽으려니 문제가 생겼어요!’는 부모들의 평소 궁금증을 풀어준다. ‘한글을 깨쳤는데도 읽어 주어야 하나요?’라는 고민에 대한 저자들의 답은 이렇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것은 등장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고, 부모와 자녀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소통하는 시간이다. 자녀의 뇌 발달에 가장 좋은 교육적 자극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부모님과 그림책을 함께 읽을 때 자녀의 뇌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각·청각의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 그림책을 읽어주세요”라고 한다. 아이가 동화, 소설, 만화 등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더 이상 조르지도 않는다.

‘같은 그림책을 계속 읽어 달래요’라는 고민을 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들은 같은 책을 몇 번 읽어도 다르게 이해하거나, 다시 확인하고 싶거나, 재미있게 읽은 내용에 애착을 느낄 수도 있다. 새 책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파악하며, 아이가 다른 책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기다려야 한다. 같은 책이라고 건성건성 읽어주면 안 된다니 자녀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부모님들은 사랑 넘치는 교육자가 분명하다. 가족드라마에서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그림책 읽어주는 부모가 등장하는 장면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자녀들만 좋은 게 아니다. 부모 역시 자신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어린 자신’을 그림책 속 세상으로 불러내어 뛰어놀게 한다. 어른들이 그림책에 빠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그림책은 결코 쉽지도, 시시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