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부터 가고시마까지 누비며
- 현지 역사·문화 이야기 담아
- 오사카 등 재일교포 삶도 소개

구완회의 ‘여행하는 일본사―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여행하며 공부하는 일본의 역사’는 일본 여행의 또 다른 매력과 포인트를 알려준다. 역사와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저자가 ‘일본 역사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인 여행과 ‘일본 여행을 알차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콘셉트’인 역사를 엮었다.

오사카 쓰루하시 시장에서는 수십 가지 종류의 김치와 한국식 밑반찬을 판다. 따비 제공

저자는 ‘일본 여행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가장 먼저 제시한다. 왕조 교체로 시대를 구분하는 우리와 달리, 실권이 없다 해도 왕조가 교체된 적이 없는 일본에서는 무언가 최초로 시작되거나(토기 벼농사 고분), 수도를 옮기거나(아스카 나라 헤이안), 막부 흥망에 따라(가마쿠라 무로마치 센고쿠 에도 메이지) 시대를 구분한다. 일본사의 굵직한 사건을 따라가는 역사/여행의 내비게이션이다.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 먹자골목에서 박물관까지 여행하며 공부하는 일본사가 펼쳐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아무래도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도시는 오사카이다. 80만 명 재일교포의 20%가 산다. 오사카 최대 먹자골목이자 술집거리인 도톤보리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쓰루하시는 오사카 최대 코리아타운, 아니 일본 최대 코리아타운이다. 이곳에는 ‘백제문’이 서 있고, 중심도로에서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작은 골목까지 한국 음식과 물건을 파는 가게가 가득하다. 태평양전쟁 직후 미군 등에서 나온 물건을 파는 암시장을 시작으로 성장한 쓰루하시 시장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재일교포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책에는 김치와 떡, 각종 반찬을 파는 가게 사진이 있다. 일본어 알림판만 아니라면, 우리 전통시장과 똑같다.

도쿄 북쪽, 해발 600ｍ 고원 지대에 펼쳐진 닛코 국립공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과 신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닛코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신사인 도쇼구다. 도쇼구는 처음에는 소박했으나, 그의 손자이자 3대 쇼군인 이에미쓰가 1636년 호화롭게 다시 지었다. 당대 최고 화가·조각가·건축가를 동원했다. 도쇼구는 조선통신사의 단골 행선지였다. 통신사 임무는 에도에서 쇼군에게 국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막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정을 닛코까지 연장했기 때문이다.

도쇼구 곳곳에서 조선통신사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인조가 선물한 ‘조선종’도 볼 수 있다. 이에야스 무덤 앞에는 조선에서 가져간 삼구족(향로 화병 촛대)이 놓여 있다.

사가현의 아리타에는 조선 도공 이삼평이 일본 최초로 도자기를 굽기 시작한 역사가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사가번주에게 끌려간 이삼평이 1616년 아리타에 자리 잡으면서 자그마한 산골 마을은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도자기 마을이 됐다. 이삼평은 도자기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10년 가까이 좋은 흙을 찾아 헤매다 아리타 인근에서 도석(갈면 도자기 흙이 되는 돌) 광산을 발견했다.

아리타의 중심에는 도잔 신사가 있다. 17세기 중반 세운 신사인데, 20세기 초반 아리타 도자기 300주년을 맞아 이삼평을 도자기의 신으로 모시면서 지금 모습이 됐다. 도잔 신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이즈미야마 자석장이 있다. ‘이삼평 발견 자광지’라는 기념비가 있다. 일본은 이삼평이 발견한 도석 광산을 400년에 걸쳐 평지로 만들고, 또 거대한 구덩이를 파가며 도자기를 만들었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는 동안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몰랐던 일본 역사도 흥미롭고, 우리와 관계 있는 역사는 더 관심이 간다. 음식 휴식 관광…. 무엇이 목적이든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훨씬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