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함의 대명사로 통했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는 어울리지 않는 개막전이었다.

롯데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의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 홈 개막전에서 박종윤의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6-5로 승리했다.

롯데는 9회말에 2점을 거둬들이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으나 사실 롯데가 이긴 경기라기보다는 한화가 진 경기였다.

롯데는 1-4로 뒤진 6회말 반격에서 안타와 볼넷을 뽑아내며 한화 선발 데니 바티스타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바티스타의 교체 이후 등판한 임기영-윤근영-송창식은 하나같이 제구력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2개로 3점을 그냥 내줬다.

'필승조'의 집단 부진에 김응용 한화 감독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더 답답한 것은 롯데 타선이었다.

안타 1개면 역전을 넘어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릴 수 있었으나 끝내 통쾌한 적시타는 나오지 않았다.

롯데가 무기력하게 기회를 무산시키자 관중석 곳곳에서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4-5로 뒤진 7회말 1사 후에는 손아섭이 3루타를 때려내며 또 한 차례의 좋은 기회를 맞이했지만 이번에도 후속 타자들이 힘없이 물러나며 동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롯데는 마지막 9회 공격에서 선두타자 전준우의 3루수 방면 타구가 3루 베이스를 맞고 굴절되는 행운으로 무사 1루의 기회를 맞았다.

1사 후 손아섭의 고의사구, 강민호의 볼넷으로 만든 만루에서 '스나이퍼' 장성호가 한화의 마무리투수 안승민의 변화구를 기술적으로 밀어쳐 겨우 동점에 성공했다.

롯데 타선이 이날 기록한 유일한 적시타였다. 롯데는 다음 타자 박종윤이 중견수 방면으로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날려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롯데 선수들이나 롯데 팬들에게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승리였다.

롯데 타선이 이날 기록한 안타는 모두 7개. 손아섭이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활화산처럼 타올랐을 뿐 나머지 8명의 타자는 안타 4개를 합작하는데 그쳤다.

특히 장타는 손아섭의 3루타가 유일했고, 6번 이하의 하위타순은 안타를 단 1개도 뽑아내지 못하며 공격의 맥을 끊기에 바빴다.

이날 드러난 롯데 타선의 침체는 일시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주포 홍성흔이 두산으로 옮겼고 타선을 이끈 김주찬도 KIA로 이적해 타선에 큰 구멍이 났다.

트레이드로 교타자 장성호를 영입했으나 타선의 중량감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롯데가 9개 구단 중 최강의 불펜진을 갖췄음에도 올 시즌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된 것은 약해진 타력 때문이었다.

롯데는 마운드의 높이를 앞세워 '이기는 야구'를 펼친다는 구상이지만 점수를 뽑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게 야구다.

실제로 롯데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은 2.34로 1위였으나 득점이 31점으로 꼴찌에 그치면서 8위(3승1무7패)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단순히 개막전 한 경기를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탄성을 잃은 고무줄처럼 축 늘어진 롯데 타선은 2007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진 홈 개막전 매진 기록이 중단된것만큼이나 롯데에는 불길한 징조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