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뒤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한화는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치러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5-6로 패했다.
구원진의 난조로 전날 개막전을 아쉽게 내준 한화는 이날은 수비진의 어이없는 판단 착오까지 겹치면서 이틀째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한화는 2회에도 어설픈 수비를 남발했지만 진짜 비극은 6회부터였다.
한화 선발 다나 이브랜드는 숱한 위기에도 꿋꿋하게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더니 2-0으로 앞선 6회 들어서는 상대에게 투구 패턴이 읽혀 연속 3안타와 볼넷 1개을 내주고 1실점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경기 전 이브랜드가 7회까지 버텨주길 원한다고 했다. 구원진이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 타순이 두 바퀴 돈 뒤부터 이브랜드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통타당하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한화는 2년차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가라앉는 공으로 병살 타구를 유도해 실점 위기를 넘긴다는 심산이었다.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은 첫 타자 황재균으로부터 3루수 땅볼을 이끌어내며 벤치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하지만 3루수 오선진의 송구를 받은 신인 포수 한승택은 홈 베이스를 찍은 뒤 어찌 된 영문인지 1루로 공을 던지지 않고 2루 주자를 살폈다.
타구가 빨랐기 때문에 한승택의 후속 동작만 신속하게 이어졌다면 아웃카운트를2개로 늘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투수 임기영의 콜사인이 없었던 점도 문제였다.
한승택이야 고졸 신인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어진 유격수 이대수의 수비는 할 말을 잊게 했다.
2011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이대수는 박종윤의 뜬 공을 쫓아가다 낙하지점을 잘못 포착해 공을 놓치고 말았다.
이대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스코어는 2-2 동점이 됐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는 우익수 김태완이 또다시 보이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
박준서의 우전 안타를 잡은 김태완은 지나치게 서두르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다 더듬고 말았다. 김태완이 차분하게 대처했다면 홈에서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질수 있었다.
결국 2-3 역전이 됐고 한화는 이후 박기혁, 전준우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아 점수 차가 3점 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한화의 이날 공식 실책은 1개였으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열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정도였다.
한화는 8회와 9회 롯데의 필승 불펜인 정대현과 김사율을 상대로 도합 3점을 뽑아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점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화 불펜진은 또다시 불을 질렀다.
공수교대 후 마운드에 오른 송창식은 첫 타자 전준우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대타 문규현에게도 볼넷을 허용했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걸어 올라가 한숨 돌릴 시간을 벌어줬으나 송창식은 이내 손아섭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다.
한화는 이날 다들 거의 졌다고 생각한 경기를 다시 되돌릴 정도로 화력은 상당했다.
특히 김태완-김태균-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지난해 퓨처스리그 수위타자에 오른 정현석이 6번 타자로 뒤를 받치는 타선의 무게감은 다른 팀과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혁민-유창식-윤근영으로 이어지는 토종 3~5 선발진의 활약이 관건이긴 하지만외국인 '원투펀치' 데니 바티스타와 이브랜드의 1·2선발은 개막 2연전에서 비교적 호투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10년차 송창식이 불펜진의 거의 맏형일 정도로 어린 구원투수진은 개막 2연전에서 경험 부족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이날 패배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한화의 올 시즌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2004시즌을 끝으로 현장 지휘봉을 놓았다가 지난해 말 한화 사령탑에 복귀한 김응용 감독은 '우승 청부사'로 불리지만 이러한 한화를 이끌고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 멀어 보인다.
김응용 감독은 경기 후 "아쉽다"는 단 한마디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