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 퍼트 실력 묻자 "느낌이다"

"퍼트할 때 볼을 보나요, 아니면 골프클럽을 보나요?"

"내가 퍼트를 할 때는 공도 안 보이고, 골프클럽도 보이지 않아요."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금메달을 들어보고 있다. 박인비는 국내에서 왼손 엄지손가락 검진을 받은 결과 3주 동안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연합뉴스

리우 올림픽에서 신기의 퍼트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후배와 주고받은 말이다. 박인비가 일단 퍼트를 하기 위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는 공도 보고 골프클럽도 보지만 스트로크를 하기 직전에는 집중을 넘어 '무의식 상태'에 들어간다. 그는 퍼트 라인의 경사가 얼마나 되는지 발의 감각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박인비는 2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퍼트에 대한 질문을 받고 "퍼트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퍼트를 잘하는 것은 특별한 비법이 없고 "백스윙을 할 때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낸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 느낌이 찾아 왔다"고 말했다.

손가락 부상 때문에 제 스윙이 안됐을 때도 김응진 코치가 던진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박인비는 "코치가 영혼 없는 스윙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돌이켜봤다. 부상 때문에 스윙이 작아졌고 온몸으로 골프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올림픽 전까지 연습할 시간이 많았고 느낌을 찾고서 출전해 금메달까지 따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손가락 부상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기가 힘들다"며 "손가락 통증은 많이 사라졌지만, 병원에서 인대 재생을 위해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다친 왼손 엄지손가락 검진을 받은 결과 3주 동안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인비는 올림픽을 계기로 향후 투어 일정을 조절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시즌 부상을 겪고 보니 이제는 과거처럼 몸을 계속 혹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에는 1, 2개 대회만 더 나가겠다. 앞으로도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많은 대회를 출전하기보다는 주요 대회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박인비는 "원하는 모습으로 골프를 치려면 출전 대회 수를 줄여야 한다.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서 메이저대회에 방점을 찍었다. 안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