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농구 에이스서 팀 막내로
- 강점 무기로 출전기회 늘려가

- "다독여주는 선배들에 감사
- 11연패 충격 컸지만 희망 여전
- 관중에 좋은 경기로 보답할 것"

"농구가 없었다면 이렇게 인터뷰하지도 못했겠죠."

프로농구 부산 kt 신인 3인방이 "신인다운 패기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왼쪽부터 정희원 박지훈 안정훈 선수. 부산 kt 제공

프로농구 선수라는 이름을 달고나서 80여 일.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감사함과 겸손함이 묻어 있었다. 스스로 팀 막내로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부산 kt에 합류한 박지훈(22) 정희원(23) 안정훈(26) 선수다. 세 선수는 각각 중앙대 고려대 상명대 출신이다.

'황금 드래프트'라는 평가를 받은 올해 신인 선수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kt에 합류한 세 선수는 팀에 즉시 전력으로 녹아들고 있다. 가드진 세대교체의 차기 주자인 박지훈과 대학농구리그에서 좋은 슛 감각을 보인 정희원, 높이 면에서 큰 보탬이 되는 안정훈은 데뷔 시즌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 시즌 개막전에서 곧바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박지훈 선수는 "긴장도 됐지만 관중이 많아서 신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길게는 20분 이상 팀이 치른 거의 전 경기에 출장하며 경기당 3.6점 1.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정희원·안정훈 선수도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다른 구단 신인들과 달리 출장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3인방은 한데 입을 모아 kt 선수들의 도움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정희원 선수는 가장 도움을 많이 주는 선배를 묻는 말에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두 잘 대해주셔서 한두 사람을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농구리그에서 이들은 팀을 이끄는 에이스였지만, 프로에서는 다시 막내의 자세로 돌아갔다. 안정훈 선수는 "신인인 만큼 늘 긴장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며 "궂은일에 앞장서며 패기 있는 모습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술 면에서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희원 선수는 "외국인 선수도 있다 보니 공격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프로에서는 수비를 피해 움직이면서 슛을 하는 상황이 많아 자세도 교정 중이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던 이들에게 이번 시즌 역대 팀 최다 기록인 11연패에 빠진 kt에서의 경험은 낯설었다. 박지훈 선수는 "짧은 농구 인생 중 11연패는 처음이었다. 도움이 못 돼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형들이 괜찮다고 처져 있지 말자고 다독여주셨다"고 말했다. 3인방은 선수로서 남은 희망적인 많은 날만큼이나 팀에 대한 희망도 잃지 않았다. 정희원 선수는 "최하위에 있지만 중위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각자에게 농구의 의미를 묻자 "전부이자 삶 그 자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지훈 선수는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해줬기 때문에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kt 조동현 감독은 신인 3인방이 뚜렷한 장점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조 감독은 "박지훈은 대범한 플레이, 정희원은 슈터로서의 가능성, 안정훈은 적극적인 몸싸움이 각자의 장점"이라며 "빨리 프로에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 선수는 kt 팬들에게 앞으로 달라질 모습도 예고했다. 안정훈 선수는 "팀이 지난 1일 동부와의 경기에서 KBL 역대 두 번째로 실책이 한 개도 없는 경기를 치렀다"며 "앞으로도 많이 찾아와 주시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패기 넘치는 신인들이 활약을 예고한 kt는 7일 서울 SK를 상대로 새해 첫 홈경기를 펼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