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 강민호 낙마 속 체면치레
- 국제대회 다수 차출된 과거 비해
- 구단 초라한 현주소 반증 '씁쓸'
- 전력 누수 최소화 위안 삼아야

야구 대표팀 태극마크는 그간의 성적과 활약상을 인정받은 최고의 선수들이 다는 영광의 상징이지만, 시즌 전 열리는 국제대회 준비로 본 시즌에 들어가서 부진에 빠질까봐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걱정은 덜었지만 과거의 영광이 그립다.

외야수 손아섭(사진)이 4회 WBC 최종 엔트리에 들며 유일한 롯데 소속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손아섭은 구단의 반대로 최종적으로 출전을 고사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대체 선수로 예비 엔트리에서 최종 엔트리 명단으로 이름을 옮겼다. 13일 대표팀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2013 WBC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 12에 이어 국제대회 경력을 이어가게 된 손아섭은 "대표팀은 책임이 따르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4일 새해 첫 회의에서 포수 강민호가 시즌 중 당한 무릎 부상 재활을 이유로 제외되며 당시 최종 엔트리에는 롯데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에 손아섭이 김인식호에 승선하며 개인적으로는 4개 대회 연속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WBC 대회에서 롯데 팬들은 소속 선수를 더 많이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삼켜야 한다. 이는 최근 국제대회와 비교해도 가장 적은 숫자다.

롯데는 2006년 1회 WBC에서도 국가대표를 한 명만 배출했지만 당시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5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손민한은 당시 메이저리거가 즐비했던 미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삼진도 두 개 잡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이후 롯데는 굵직한 국제대회마다 꾸준히 3명 이상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는 송승준 강민호 이대호가 출전했고 2009 WBC에도 손민한 강민호 이대호 박기혁 등 4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2012시즌 이후 열린 2013 WBC에서는 5명이 국가대표로 뽑혀 당시 삼성(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컨디션이나 체력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국제대회 특성상 시즌 들어 전력 손실이 우려되는 구단 입장에서는 국가대표 차출이 적으면 나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사무국의 부상방지위원회라는 제도를 통해서라도 WBC에 선수를 보내지 않으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성적을 유지하거나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2013 WBC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을 경험한 손아섭은 시즌에서도 타율 0.345에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오히려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약해지는 롯데의 전력이 우려된다.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프리미어 12(8명)에 이어 이번 WBC 엔트리에도 최다인 6명을 올렸다. 이성득 KNN 야구 해설위원은 "대표팀 배출 선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팀의 전력이 탄탄하다는 의미"라며 "성적에 따라 대표팀 명단이 구성되는데 최근 롯데의 성적이 부진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