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대회서도 실력 낼지 미지수

- 日, 오타니 앞세워 우승 노리고
- 美, 투수 대체 규정 활용할 계획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지금까지 투구 수 제한 규정을 시행했다. 올해 열릴 제4회 대회도 해당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발투수가 얼마나 강력한 구위로 효율적인 경기를 운영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끈 주축들이 빠진 가운데 '역대 최약' 평가를 받는 선발진이 우려를 사고 있다.

16일까지 WBC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선발투수로 분류된 선수들은 우규민(삼성), 이대은(경찰청), 장원준(두산), 양현종(KIA), 차우찬(LG) 등이다. 우규민은 유일한 사이드암 선발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지난 시즌 허리 부상이 겹치며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 달성에 실패했다. 양현종도 지난 시즌 국내 투수로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을 넘겼지만 국제대회 경험 면에서 아쉽다. 2010 광저우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뛰었으나 WBC와 프리미어12 등 한 단계 높은 대회에서도 실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차우찬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대은은 지난 시즌 일본의 지바 롯데에서 1군 출전이 3경기에 불과했으며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 실전 감각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수차례 열린 야구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은 자신 있게 내세운 에이스가 대회를 이끌었다. 2009 WBC에는 '봉열사' 봉중근(LG)이 단일 대회에서만 다섯 번 맞붙은 일본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2015 프리미어12에서는 김광현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장원준과 이대은이 제 몫을 했다. 이번 대회 엔트리에도 포함된 두 선수가 확실한 1승을 책임져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2013 WBC는 당시 해외 진출을 눈앞에 둔 류현진(LA 다저스)과 봉중근 김광현 등 주축 선발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결국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반면 이번 대회 한국의 맞상대가 될 다른 나라 대표팀의 선발투수 면면은 화려하다. 일본 언론이 보도한 1, 2선발은 프리미어12에서 한국 타선을 잠재웠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에 이어 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NPB)를 이끈 에이스들이다. 오타니는 타자로도 나서는 가운데 선발투수로 두 자릿수 승수(10승)·1점대 평균자책점(1.86)을 기록했다. 스가노는 리그 탈삼진 1위(189개)를 차지했다. 확실한 선발투수를 가진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대회 첫 정상을 노리는 미국 대표팀은 바뀐 규정을 활용해 에이스들을 포함시킬 전망이다. WBC 사무국은 이번 대회부터 각 팀이 지정한 10명의 투수 중 매 라운드마다 두 명을 대체해 엔트리에 포함할 수 있는 규정을 시행한다. 미국 대표팀은 '우주 최고의 투수' 클레이턴 커쇼(다저스)와 팀을 2010년부터 짝수해 월드 시리즈 3차례 우승으로 이끈 메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등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A조 예선에서 맞붙을 네덜란드도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에이스 역할을 맡는다. 국내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인 밴덴헐크는 일본에서 2015년 15경기 9승 무패를 거뒀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을 파이널 스테이지까지 진출시키며 활약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최근 야구 국제대회 선발진

2017 WBC (예상) 우규민(삼성), 이대은(경찰청), 장원준(두산), 양현종(KIA),  차우찬(LG) 2015  프리미어12 (8경기) 김광현(SK), 장원준(두산),  이대은(지바롯데), 이태양(NC) 2013 WBC (3경기) 윤석민(KIA), 장원삼(삼성),  장원준(경찰청) 2009 WBC (9경기) 김광현(SK), 류현진(한화), 봉중근(LG), 윤석민(KIA), 장원삼(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