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 골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세계랭킹 1위 자리에 대혼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장 오랜 기간 지킨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로 2005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281주 동안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앞서 1999년 8월부터 2004년 9월까지 264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킨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우즈 외에는 아무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100주 넘게 지킨 선수가 없다.

우즈가 힘이 빠지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독주 체제에서 벗어났다. 짧게는 1주, 길어야 한두 달이면 세계랭킹 1위가 바뀌는 혼전이 벌어졌다. 그동안 가장 자주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매킬로이는 우즈, 그레그 노먼(호주), 닉 팔도(잉글랜드), 이안 우즈넘(웨일스)과 함께 1년 이상 줄곧 세계랭킹 1위를 계속 지킨 5명 중 한 명이다.

매킬로이는 2012년 3월 첫째 주에 처음 세계랭킹 1위가 됐다. 2015년 상반기에 조던 스피스(미국)가 화려하게 등장하고 하반기에 제이슨 데이(호주)가 주도권을 쥐면서 세계랭킹 1위 경쟁은 '트로이카' 체제로 접어들었다. 2014년 8월부터 2년 넘도록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매킬로이, 스피스,데이가 주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남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가 데이에서 더스틴 존슨(미국)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해 3월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데이는 47주 만에 왕좌에서 내려왔다. 세계랭킹 1위 경쟁은 앞으로 우즈의 퇴조 이후 벌어졌던 혼전 양상이 되풀이될 조짐이다.

존슨의 실력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매킬로이, 스피스, 데이를 멀찌감치 떼어낼 압도적인 기량은 아니다. 게다가 무섭게 성장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저스틴 토마스(미국)도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특히 이들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한 사람이 장기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골프계의 예상이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