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 부진해 2군 갔다온 최준석
- 무릎 부상에 공백 컸던 강민호
- "주장 맡을 때 만족보단 아쉬움
- 올 시즌 이후 FA 자격 얻지만
- 개인 목표보다 팀 승리에 주력
- 팬 여러분 많은 응원·지지 부탁"

프로야구팀 주장은 자기만 생각할 수 없는 자리다. 공식적으로는 선수협회 이사회에 구단 대표로 참석해야 하고, 비공식적으로는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과 포용력까지 갖춰야 한다. 팬들에게는 팀의 얼굴로 인식돼 성적 부진의 책임도 짊어진다. 지난 2년간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을 맡았던 최준석과 강민호는 이번 시즌 완장을 내려놓고 팀과 함께 부활을 꿈꾼다.

각각 2015년과 2016년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을 맡았던 최준석(왼쪽)과 강민호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최준석은 2015년 주장을 맡은 해에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지명타자로 주로 나서 타율 0.306 31홈런 109타점으로 강타자의 조건인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떠올랐지만 아쉽게 수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최준석은 "주장을 맡았지만 별다른 부담감 같은 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 해에는 강민호가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그는 "야구에 관해 이전까지 몰랐던 걸 많이 깨달을 수 있었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낀 시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둘의 2016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직전 해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 중 2군에 내려갔다 온 최준석과 무릎 부상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강민호 모두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새로운 시즌을 맞는 최준석의 욕심은 개인 성적보다 팀의 승리에 맞춰져 있다. 그는 "중심타자로 나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많은 타점을 기록하는 것에만 욕심을 부리겠다"고 밝혔다.

강민호는 오래 지켜온 태극마크도 잠시 반납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들었지만 지난해부터 고생한 무릎 부상으로 합류를 고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연연하지 않고 중계를 보면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주장은 오랜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이대호다. 6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그에게 조원우 감독은 곧바로 주장직을 맡겼다.

신임 주장에게 인수·인계할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임 주장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최준석은 "워낙 잘하는 친구이고 모든 면에서 괜찮은 선수라서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흔히 운동능력을 극대화하는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FA를 앞둔 시즌에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FA로이드'가 욕심날 법도 하지만, 지금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강민호는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보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주장을 맡았던 만큼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과 각오도 남다르다. 롯데가 2012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이후 올해로 다섯 시즌째다. 최준석은 "이번 시즌은 개인 목표는 접어두고 포스트시즌 진출과 팀플레이만 보고 있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팬 여러분께서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