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째 거인 유니폼 입는 레일리
- 시차 적응·투구조절 중인 마켈
- 수비 훈련서도 두각 보인 번즈
- 연습경기로 컨디션 끌어올리며
- 새로운 시즌 위한 힘찬 담금질

"식사하십시오."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이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뒤이어 또 한 명 짧은 금발의 외국인이 큰 키에 걸맞게 허리를 숙이며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며 따라 들어오는 작은 키의 외국인까지 더해 하나의 조합이 완성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차 스프링캠프가 꾸려진 일본 오키나와 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 앞서 이번 시즌 팀의 주축이 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 파커 마켈과 내야수 앤디 번즈를 만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조합은 이구동성으로 "하루빨리 사직야구장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내야수 앤디 번즈, 투수 파커 마켈, 브룩스 레일리. 오키나와=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벌써 "한국에 돌아갈 준비가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친 레일리는 올해로 3년째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선다. 이번 시즌 1선발의 중책을 맡을 그는 "성적은 상대 팀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특히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레일리는 새롭게 한국 야구에 적응해야 하는 두 선수의 선배이자 멘토 역할도 맡았다. 그는 "한국 야구와 문화가 어떤지 알려주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도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마켈과 번즈 모두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익숙한 듯 대답을 이어가는 레일리 옆에 선 마켈은 피곤한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이번 전지훈련 참가를 위해 탄 일본행 비행기로 생애 처음 아시아권에 입성했다. 처음으로 겪는 시차에 적응하는 문제로 연습경기 초반에는 구장에서 얼굴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확실히 어려웠지만 매일 좋아지고 있다.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초반 컨디션 난조를 겪은 마켈은 셋 중 가장 늦게 실전 경기를 치렀다. 지난 5일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연습경기 4회말 등판한 마켈은 1이닝 동안 18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실점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구종 점검에 나선 마켈은 경기 후 "변화구를 조금 더 다듬는 데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번즈는 연습경기 들어 매 경기 2루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다. 수비 훈련에서도 내야 땅볼과 병살 플레이를 처리할 때 다른 선수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번즈의 수비 능력은 영입 당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겸손함을 내비쳤다. "수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나 작전도 동료들과 맞춰가면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입니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를 묻는 말에 셋 모두 웃음부터 터뜨렸다. 모든 선수와 잘 지낸다는 전제를 내걸고도 특정 선수들을 언급한 그들의 대답에서 롯데 선수들의 영어 실력도 강제 공개됐다. "올해 신인으로 들어온 내야수 김민수가 영어를 잘해요. 같은 포지션인 만큼 제가 선배로 가르쳐주기도 하죠.(번즈)" "박시영 박세웅처럼 젊은 투수들과 타자와 야구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요. 둘 다 영어를 잘해서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에요.(레일리) "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첫날부터 분위기를 밝게 해준 투수 이명우가 확실히 재미있는 캐릭터인 것 같네요.(마켈)"

롯데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부터 시작한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해 오는 14일 사직야구장에서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 새로운 시즌을 맞는 세 선수의 각오도 남다르다. 대표로 나선 레일리는 "이번 시즌 돌아온 이대호와 함께 새롭게 마켈과 번즈도 합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오키나와=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