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은 나라와 리그를 바꿔서도 천적으로 군림했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이어 KBO 리그에서도 만난 한화 이글스 선발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맞대결에서 '돌아온 4번 타자'가 강세를 이어갔다.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말 1사 주자 2, 3루에서 롯데 3루 주자 이대호가 한화 투수 비야누에바의 폭투 때 홈으로 들어와 득점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롯데는 홈런 하나 포함 혼자 3안타를 때려낸 이대호를 앞세워 4-2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는 볼넷까지 얻어 4타석 모두 출루해 1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최근 5경기 만에 안타를 추가하며 멀티히트(한 경기 안타 두 개)를 달성한 앤디 번즈도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나선 송승준의 호투 역시 빛났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홈 4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지난해 MLB에서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이대호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 비야누에바는 두 차례 만났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이틀 연속 맞붙어 이대호가 두 번 모두 안타를 때려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무대를 바꾼 이날 경기에서도 이대호는 세 번 맞붙어 안타 3개를 뺏어내 천적 관계를 이어갔고 팀 승리까지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는 송승준이 전성기 시절 구위를 뽐냈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올해는 불펜투수로 시작한 그는 지난해 4월 9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 홈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후 381일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나선 송승준은 5와 2/3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80개의 공을 던지며 탈삼진도 5개를 뺏어냈다. 송승준은 경기 후 "팀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 경기 전 정하고 들어간 투구 수가 있었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던진 것이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팀 모두 선취점은 홈런으로 기록했다. 롯데는 2회초 2사 후 한화 이성열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이어진 2회말 선두타자 이대호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려 균형을 맞췄다. 지난 23일 넥센 히어로즈 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이대호는 승부를 뒤집는 데 선봉장으로 나섰다.

4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의 안타와 강민호의 볼넷에 이어 김문호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비야누에바의 폭투를 틈타 이대호가 홈을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속타자 정훈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한 롯데는 3-1로 앞서갔다. 한 점 차로 쫓긴 8회말 1사 만루에서는 김문호가 투수 앞 번트를 성공시켜 추가점을 냈다. 배지열 기자

▶사직(25일) 한화  010 000 010 2 롯데  010 200 01X 4 ▷ 승 = 송승준(1승) ▷ 세 =손승락(6세이브) ▷ 패 = 비야누에바(1승 3패) ▷ 홈런 = 이성열 2호(2회1점·한화) 이대호 7호(2회1점·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