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 왔다"
- 와일드카드 등 과한 특혜논란
- 일부 선수 "사기꾼" 반감 여전

'러시안 뷰티'가 돌아왔다. 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가 15개월 만의 코트 복귀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오랜 공백에도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약물 복용과 와일드카드 논란에도 관중은 샤라포바를 환영했다. 이날 샤라포바가 코트에 들어서자 관중석을 메운 4500여 명의 관중이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27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쉐 그랑프리 단식 1회전에서 마리아 샤라포바가 로베르타 빈치를 상대로 공격을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EPA연합뉴스

샤라포바는 27일(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쉐 그랑프리(총상금 71만900달러) 사흘째 단식 1회전에서 로베르타 빈치(36위·이탈리아)를 2-0(7-5, 6-3)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샤라포바의 공식 복귀 무대였다. 샤라포바는 지난 26일로 징계가 끝났다.

그의 출전을 위해 와일드카드를 부여하고 대회 일정까지 조정한 데 대해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샤라포바는 개의치 않았다. 1년 이상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랭킹 포인트가 모두 삭제되므로 샤라포바는 세계랭킹에서 제외돼 있다. 그 때문에 자력으로는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지만 이번 대회에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나왔다. 특히 투어 대회가 통상 월·화요일 이틀간 1회전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포르쉐 그랑프리 대회 조직위원회는 샤라포바의 징계가 현지시간으로 화요일인 25일에 끝나는 점을 고려해 샤라포바의 1회전을 수요일인 26일에 배정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샤라포바는 변함없는 실력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서브 에이스는 11개를 꽂아 넣었고 자기 서브 게임은 단 한 번만 내줬다. 샷을 날릴 때 내는 그의 '괴성'도 그대로였다. 경기 전날까지 자격정지 상태라 경기 당일에야 코트에 서 본 샤라포바는 자기 서브 게임을 포함해 첫 두 게임을 내줘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빈치의 서브 게임을 잇달아 따내며 1세트를 가져왔다. 기세가 오른 샤라포바는 2세트에서도 빈치의 첫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지난해 1월 호주오픈 16강 전 이후 15개월 만에 공식경기 승리를 가져갔다.

샤라포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기분을 느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와일드카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다는 이야기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코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하는 것"이라며 "와일드카드를 받았다고 우승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샤라포바를 상대한 빈치는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이나 서브 등이 여전했다"며 "샤라포바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부 선수의 반발은 여전했다. 특히 '제2의 샤라포바'로 불리는 유지니 부샤드(59위·캐나다)는 샤라포바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샤라포바는 사기꾼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종목이 됐든 다시 복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아예 복귀 자체를 반대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