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 국내대회 6번째 준우승

- 김해림, 이승현에 3홀 차 3위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골프여제' 박인비(29)를 외면했다. 박인비가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국내 대회 첫 우승에 실패했다. 대신 김자영(26)이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21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4번홀에서 김자영(왼쪽)이 박인비에게 볼마커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열린 4강전에서 이승현을 4홀 차로 가볍게 꺾고 결승에 오른 박인비는 김해림을 연장 끝에 물리친 김자영과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박인비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국내 무대 첫 우승을 노리는 박인비보다는 2012년에만 통산 3승을 올린 후로 5년 동안 우승 갈증에 목마른 김자영의 기세가 더 높았다.

김자영은 2010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2012년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처음 우승하는 등 그해에만 3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다. 2승째를 거둔 대회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었다. 이어 8월에 열린 SBS투어 제3회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기록했다. 당시 변화 없는 표정과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김자영은 이후로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해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잇는가 했지만 2013년 러시앤캐시 행복나눔 클래식에서 3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2014년에도 25개 대회에 참가해 Nefs 마스터피스에서 3위에 오르는 등 톱10에 4차례 들었지만 컷 탈락도 6차례 당하며 부진했다. 2015년에는 톱10 2차례, 컷 탈락 6차례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4위에 한 차례 오른 것을 제외하면 톱10에 들지 못하고 30~40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김자영은 올 시즌 들어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7차례 대회에 참가해 4월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4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인 공동 2위에 오르며 반등을 예고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김자영.

김자영은 초반부터 박인비에게 앞서가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번 홀(파4)을 무승부로 마친 뒤 곧바로 2번 홀(파5)에서 김자영이 버디를 낚으며 파에 그친 박인비를 누르고 한 홀을 먼저 따냈다. 그러나 3번 홀(파3)을 각각 파로 막으며 무승부로 건너뛴 뒤 박인비가 4번 홀(파4)도 파로 끝낸 반면 김자영이 보기를 범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5번 홀(파4)과 6번 홀(파5)은 각각 파로 막으며 무승부를 이어갔다. 다시 김자영이 7번 홀(파3)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앞서 나가자 곧바로 박인비가 8번 홀(파4)에서 버디로 응수했다. 하지만 9번 홀(파4)에서 박인비가 보기를 범해 파로 막은 김자영이 전반을 한 홀 앞선 채 마쳤다.

후반 들어서도 김자영의 기세는 이어졌다. 버디를 낚으며 10번 홀(파4)을 따낸 김자영은 12번 홀(파5)에서 박인비가 버디를 낚자 이글로 응수하며 3홀을 앞서 나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동률로 승부를 이어가다 16번 홀(파3)을 각각 파로 막아 무승부로 끝내며 김자영이 2홀 남겨두고 3홀 차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10년 동안 국내 대회에 17차례 출전해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하게 됐다.

함께 열린 3, 4위전에서는 김해림이 이승현에 역시 2홀을 남겨두고 3홀 차로 이겼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