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42분.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한국 대표팀 수비수 김승우가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과 눈이 맞았다. 김승우 오른발을 떠난 공은 아르헨티나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부지런한 조영욱이 이 틈을 노려 쇄도했고, 다급해진 골키퍼는 공을 먼저 건드린 조영욱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심판은 지체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사진 = 연합뉴스)

키커는 백승호. 잠시 심판 휘슬 소리를 감상한 백승호는 골키퍼를 완전히 속인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그 다음 백승호가 보여준 행동을 두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결승골 주인공 백승호는 카메라를 향해 뛰어가며 손으로 네모를 그려보였다. 어깨를 으쓱하며 입술을 삐쭉거리기도 했다. 뒤따라 달려 온 이승우는 백승호가 준비한 셀러브레이션을 두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축구팬들은 백승호가 두손으로 당시 마라도나가 뽑은 추첨권을 그리며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던 마라도나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지난 3월 15일 열린 대회 조 추첨식에서 추첨자로 나섰으며, 한국과 같은 조를 고르는 포트 2에서 아르헨티나를 뽑았다. 당시 그는 마치 '약체'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미 승리했다는 듯 기뻐하는 모션을 취한 바 있다.

하지만 백승호는 달리 설명했다. 백승호는 "축구하는 친한 누나들이 경기를 보러 오기로 했는데 표를 잘못 끊어 못 왔다고 하더라. 왜 티켓을 잘못 끊어서 축구를 못 보러 온거냐는 뜻이었다"고 '마라도나 디스설'을 일축했다.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