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선발진 막내 박세웅이 이적 후 2년 만에 '영건'에서 '에이스'로 거듭났다. 사진은 지난 6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등판한 박세웅이 투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둔 부산 사직야구장.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더그아웃을 지나가던 박세웅(22)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그는 오히려 미안함을 전했다. 전날 리그 선두 KIA를 상대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사사구(6개)로 시즌 최다 실점(6점)까지 내주며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진입한 지 2년 만에 벌써 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의 존재감과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시 경기 이후 시즌 최다 6연패에 빠진 팀은 한 번 더 박세웅을 앞세워 한숨 돌렸다. 그는 지난 20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의 활약으로 롯데의 연패를 끊어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한 모습도 있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그는 "팀이 연패에 빠진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야 해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지만 내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박세웅은 롯데의 에이스이자 국내 투수 중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향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날 승리로 시즌 8승째를 거둔 그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수를 넘어섰고, '국가대표 좌완' 양현종(KIA),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SK 와이번스)와 함께 리그 다승 부문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평균자책점도 2.03으로 낮춰 팀 내 1위이자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015년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은 지난 시즌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당시도 13경기를 치른 초반까지 6승(4패) 평균자책점 4.39로 가능성을 높였지만 후반기 부진 끝에 7승 12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규정이닝도 못 채웠고 승수도 더 못 쌓아서 아쉬웠다"며 이번 시즌에는 규정이닝 진입과 두 자릿수 승수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흐름으로는 목표 달성이 유력한 가운데 그는 에이스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지난해에는 외인 투수들이 비슷한 승수를 쌓으며 부담을 덜었지만, 이번 시즌은 팀 내에서 선발로 5승 이상 거둔 투수가 박세웅뿐이다. 하지만 김원형 투수코치의 지도로 커브를 다듬었고 한층 자신 있는 투구 내용으로 무리 없이 활약하고 있다. 이성득 KNN 야구 해설위원은 "변화구가 제구되면서 직구에도 힘이 붙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 눈에 띈다"고 호평했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높다. 조 감독은 "현재 우리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완급조절하며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kt전에서 89개의 공을 던진 박세웅은 오는 25일 두산 베어스전에도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오늘 피칭으로 만족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으면서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영건에서 에이스로 거듭난 박세웅

# 프로필

1995년생·우투우타

2014년 kt 위즈 입단·2015년 롯데 자이언츠 이적

# 2015시즌 성적

kt 소속 6경기 4패 · 평균자책점 5.79

롯데 소속 25경기 2승 7패 · 평균자책점 5.76

# 2016시즌 성적

초반 13경기 6승 4패- 팀 내 다승 공동 1위·리그 공동 8위 

평균자책점 4.39-팀 내 6위·리그 17위　

최종 27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점 5.76

# 2017시즌 성적(6월20일까지)

13경기 8승2패- 팀 내 다승 1위·리그 공동 2위

평균자책점 2.03-팀 내 1위·리그 3위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