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번홀 최혜진 2타 잃은 틈타
- 17번홀 버디로 승리에 쐐기
- 트럼프 기립박수 보내며 축하

- 한국무대 평정 후 LPGA 진출
- 여자골프‘박성현 시대’ 예고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4번 홀(파3)을 마쳤을 때 박성현(24)은 최종 라운드를 2위와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펑산산(중국)을 따라잡아 아마추어 최혜진과 함께 3명이 공동선두를 이뤘다.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 자기 소유의 골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박성현은 다소 긴 7ｍ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선두로 치고 올랐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박성현이 우승을 확정 짓는 18번 홀 파 퍼팅을 마친 뒤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USATODAYSports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현이 코스로 이동할 때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뒤따라 경기한 최혜진도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로 나섰지만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며 2타를 잃어 우승에서 멀어졌다. 최혜진을 2타 차, 펑산산을 1타 차로 앞선 박성현은 17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낚아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박성현은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언더파 277타를 친 박성현은 올 시즌 LPGA 투어에 데뷔해 14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은 90만 달러(약 10억2000만 원)다. 박성현은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혜진도 24위로 수직상승했다.

우승자 박성현에게 박수를 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남다른 실력으로 고교 2학년 때 국가대표를 거쳤던 박성현은 이후 긴 부진에 빠졌다. 드림투어와 점프투어를 거쳐 21살이던 2014년 KLPGA 정규 투어에 데뷔했지만 상금랭킹 34위에 그치며 존재감 없이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의 잠재력은 이듬해 폭발했다. 2015년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준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박성현은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KLPGA 첫 승을 이뤄냈다. 이해 통산 3승을 거둔 박성현은 2016년 활짝 피어나 무려 7승을 거둔 뒤 LPGA 진출을 선언했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 방식도 남달랐다. 보통 한국 선수들은 퀄리파잉 스쿨이나 2부 투어를 거쳐, 또는 초청선수로 출전한 LPGA 투어 대회 우승을 통해 LPGA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박성현은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에서 받은 상금 총액이 40위 내에 들어 출전권을 받았다.

‘슈퍼루키’ ‘대세’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 박성현에게 우승은 시간 문제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그는 한 차례의 컷 탈락도 없이 준우승 1회, 3위 1회, 4위 2회 등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실력을 발휘했다. 이번 우승에서 보듯 국내 무대를 휘어잡았던 박성현의 장타와 두둑한 배짱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여러 차례 눈앞에서 놓친 LPGA 우승컵을 역전극으로 손에 쥐며 ‘박성현 시대’를 예고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