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교복 입으니까 어색
- 중 3때부터 국가대표로 뛰느라
- 학교 추억 많이 없는 게 아쉬워”

- 학생·교직원 사인 받으려 줄서

“학산여고 최!혜!진!”

20일 부산 동래구 학산여고 5층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단상으로 향하는 한 명의 학생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마무리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에서 50년 만에 아마추어 선수로 우승을 노린 끝에 2위에 올라 ‘금의환향’한 최혜진(18·학산여고 3)이 주인공이었다. 교복을 입은 모습은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었지만,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최혜진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건물에 휘날렸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까지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 아마추어로 참가해 준우승한 최혜진(앞줄 왼쪽 두 번째)이 20일 오전 재학 중인 부산 동래구 학산여고에서 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 와서 어색하다”며 웃은 최혜진은 귀국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전날에야 경남 김해 동상동에 있는 집에 내려왔다. “두 달여 만에 집에 왔는데 모처럼 푹 쉬었어요. 저녁에는 친한 친구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먹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한 최혜진에게 학교에서 많은 추억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그는 “골프를 안 하고 학교에 다녔다면 수학여행도 다니고 다른 학생들처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았을 텐데 어울릴 기회가 적었다. 사소하게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노는 것도 추억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진은 골프를 좋아한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아버지가 계획한 1년 스케줄에 따라 일정을 소화한 그는 “성적이 잘 나와도 아쉬운 부분을 질책하실 때가 있지만 칭찬받을 때도 있어서 괜찮다. 오는 9월 프로로 전향해도 당분간은 아버지께서 정해주는 일정대로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사인.

학산여중에 진학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은 최혜진은 다른 학교에서도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학산여고로 진학해 내년에 졸업을 앞뒀다. 당시 최혜진을 스카우트한 학산여고 골프팀 조영석 감독은 “(최)혜진이가 요즘 학교의 영광이자 자랑이다. 앞으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각종 매체의 인터뷰와 사인 요청을 마무리하자 같은 교복을 입은 후배들이 쪼르르 달려왔다.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 교내 기자단과 교지 편집부원들에게 답변을 이어간 최혜진은 함께 셀카를 찍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도종(학산여고 2) 교지 편집부장은 “최혜진 선배님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학생이 뿌듯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프로에서도 학교 이름을 빛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사인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웃음 지은 최혜진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학산여고, 국가대표 활동을 도와주신 대한골프협회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