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0년 만에 메이저 한 풀어
- 3번째 우승 거머쥐며 다승 선두
- 단숨에 세계랭킹 9위로 점프
- 한국 4주 연속 우승… 시즌 12승

‘30㎝ 악몽’ 털어내는 데 5년4개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년째 활약하는 김인경(29)을 이야기할 때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2012년 메이저 대회였던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30㎝ 거리의 챔피언 퍼팅에 실패하며 연장 승부로 끌려간 끝에 우승컵을 놓친 장면을 떠올린다. 이 장면은 김인경을 ‘불운의 아이콘’처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기어이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트라우마’를 말끔히 씻어냈다.

김인경. AP연합뉴스

김인경이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김인경은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김인경은 이날 2위권에 6타 앞선 17언더파로 출발했다. 전반에 1타밖에 줄이지 못하는 동안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가 8타를 줄여 16언더파로 바짝 추격했다. 계속 파로 막으며 타수를 유지하던 김인경은 까다로운 17번 홀(파4)을 파로 마무리하며 2타 차를 지켜 위기를 벗어났다.

김인경은 통산 7승을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이뤄내며 올 시즌 3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또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처음으로 4개 대회 연속으로 LPGA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번 시즌 열린 22개 대회에서 12번째 우승을 거둬 2015년 15회 우승 기록 돌파도 가시권에 뒀다.

2007년 데뷔해 2008년 첫 승을 거둔 뒤 2009년과 2010년에도 1승씩을 보탠 김인경은 2012년 4월 열린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30㎝ 거리의 파 퍼팅에 실패하며 손안에 넣었던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이후 김인경은 침체에 빠졌다. 2013년과 2014년에도 몇 차례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고 2014년과 2015년에는 톱10에도 몇 번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김인경은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6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올 시즌 들어 6월 숍라이트 클래식과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서도 우승했다. 그리고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의 한을 풀었다.

이날 우승으로 김인경은 7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9위를 기록해 2014년 2월 이후 처음 톱10에 재진입했다.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친 동갑내기 박인비(29)는 10위에서 8위로 세계랭킹이 2계단 올라갔다. 공동 43위로 부진했던 유소연(27)은 세계 1위 자리를 7주째 유지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