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별 삼성과 마지막 경기때 진행
- 어제 대전 한화전부터 일정 돌입
- 송진우, 보문산 소나무분재 선물
- “최선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싶다”
- 롯데와는 내달 8일 사직구장서

“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긴 줄로 늘어선 어린이 야구팬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가 들어서자 환호했다. 어린 팬들을 위한 사인회에 임한 그는 이날 맞붙을 한화 이글스 선수들로부터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를, 박종훈 단장과 이상군 감독대행으로부터 대전과 청주야구장에서 달성한 기록을 새긴 현판을 받았다. 이어 한화 출신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가진 송진우가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들고 등장했다. 한화 구단은 “대전구장 홈 플레이트에서 보문산 정상에 공이 닿으려면 약 2600ｍ를 날아가야 하는데, 다른 구단 선수로는 이 거리 만큼의 홈런을 쳐낸 선수가 그뿐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투어에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한화 이글스가 준비한 기념품인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받고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라이언킹’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이날부터 ‘은퇴 투어’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각 팀에서 오랜 기간 업적을 남긴 선수들이 은퇴 경기나 행사를 한 경우는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도 가장 최근에는 2014년 조성환이 홈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렀고, 롯데를 거쳐 두산 베어스에서 유니폼을 벗은 홍성흔이 지난 4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와의 경기에 앞서 은퇴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처럼 방문경기에서 상대 팀과 원정 팬들 앞에서 은퇴 투어를 치르는 건 이승엽이 첫 사례다.

이승엽이 어린이 팬에게 사인볼을 건넨 뒤 악수하는 모습.

이승엽이 은퇴를 선언한 이번 시즌 초반부터 소속팀 삼성과 10개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정작 본인은 ‘간소한 행사’를 원했다. 그는 “나는 정말 영광스럽지만 나 때문에 후배들이 훈련에 방해받을 수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KBO 리그에 각종 대기록을 남겼고 인성 면에서도 훌륭한 평가를 받는 이승엽을 기념하는 행사는 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은퇴 투어 첫 번째 구단인 한화는 이승엽의 등번호 36번에 맞춰 한화키즈클럽 어린이팬 36명을 대상으로 사인회와 이승엽의 첫 타석에 특별 소개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모든 행사는 경기 전에 마무리하고, 경기가 시작되면 승부에 집중한다. 이승엽은 “팬들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프로의 목표는 이기는 것인 만큼 은퇴 투어를 하는 날에도 목표는 같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삼성의 원정경기마다 은퇴 행사가 이어지고,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에서는 다음 달 8일 삼성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