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우승 두 차례
- 올해 롯데 패턴과 비슷해

# 평행이론 1

- 초반 크게 두각 못나타내다가
- 무서운 뒷심으로 막판 상승세

# 평행이론 2

- 최동원·염종석… 올해 박세웅
- 안경 낀 에이스 투혼 빛나

‘평행 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17년의 롯데 자이언츠도 앞선 시대와 같은 운명을 맞을지 주목된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첫 우승을 확정 지은 투수 최동원(왼쪽)과 포수 한문연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프로야구 원년부터 구단명과 연고지를 한 번도 바꾸지 않은 두 구단 중 하나인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 시즌 우승은 아직 없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여러 차례 명승부를 만들어냈고, 특히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때마다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2017년 롯데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1984년 롯데·1992년 롯데와 ‘평행이론’이 성립할 조건을 갖췄다.

두 차례의 우승 당시 롯데는 모두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84년 전기리그에서 6개 팀 중 4위에 그친 롯데는 후기리그에서 홈 5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1위에 올랐다. 전·후기 리그 1위 팀이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불멸의 에이스’ 최동원이 5경기에 나서 4승 1패를 거두는 투혼을 발휘했고, 유두열의 7차전 역전 3점 홈런으로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하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에도 롯데는 최종 순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롯데보다 높은 순위에 강팀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 플레이오프에서 해태 타이거즈를 꺾은 롯데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빙그레 이글스도 4승 1패로 누르며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올해도 롯데는 전반기 7위에서 후반기 들어 3번의 5연승과 1번의 6연승을 거두는 사이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확정했다.

앞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안경 에이스’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점도 같다. 롯데의 유일한 영구결번(11번)으로 남은 최동원은 1984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다승왕(27승)을 차지했고 탈삼진 223개로 역대 탈삼진 1위라는 기록도 세웠다. 1992년에는 염종석이 고졸 신인으로 평균자책점 1위(2.33)와 신인상,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을 휩쓸었다. 롯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안경 에이스’는 2017년에도 나타났다. 시즌 초반부터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박세웅은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로 롯데 선발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긴 암흑기를 겪은 롯데는 불명예 기록을 벗어날 기회도 잡았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 위즈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한 유일한 구단이 롯데다. ‘낙동강 라이벌’ NC 다이노스도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거뒀다. 자존심을 구긴 롯데가 ‘평행이론’을 바탕으로 팬이 바라는 세 번째 우승에 다가갈 수 있을지 부산 갈매기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