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얇은 선수층 극복 과제
- 29일 일본서 마무리 훈련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파리목숨이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재계약이 무산됐다. 강병철·김용희 감독을 제외하고는 4년 이상 사령탑을 맡은 적이 없다. 2000년대에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제외하고 대부분 1시즌 또는 2시즌 만에 물러나야 했다.
마침내 거인의 ‘단명 감독 잔혹사’가 막을 내렸다. 최근 2시즌을 이끈 조원우 감독이 3년 더 ‘부산야구’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롯데는 26일 조 감독과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12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3억 원) 규모로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지도력과 역대 한 시즌 최다승(80승)을 달성한 성과를 평가해 조 감독을 재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6 시즌을 앞두고 2년 계약한 조 감독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첫해 66승 78패로 8위에 그치며 ‘초보 감독’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2017시즌 전반기 순위가 7위로 떨어지자 교체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후반기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진격의 거인’ 모드를 선보이며 최종 순위 3위를 차지해 부산 팬들에게 5년 만에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투수 교체 타이밍 실착과 큰 경기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4위 NC 다이노스에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원우 감독 2015.10-2020.10

이성득 KNN 야구 해설위원은 “조 감독도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느낀 바가 많았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키워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는 게 내년 시즌의 과제”라고 평가했다.

조 감독의 재계약은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열흘가량 지나 발표됐다. “프런트가 재계약에 대한 귀띔조차 해주지 않는 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을 비롯해 다양한 신임 감독 후보군이 별다른 검증 없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롯데 구단은 내부적으로 일찌감치 조 감독과의 재계약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원 단장은 “그동안 감독님과 선수단 운영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심사숙고했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롯데 감독으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에 성공했던 로이스터·양승호 전 감독도 계약 기간을 더 이상 늘리지 못했다.

조 감독은 “다시 신임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욱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 감독과 선수단은 오는 29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