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반전을 위해 ‘투 가드 시스템’을 고려 중입니다.”

프로농구 부산 kt 조동현 감독이 지난 2일 안양 KGC와의 원정을 앞두고 한 말이다. 기존 포인트가드인 이재도·박지훈 중 한 명과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허훈을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난 빠른 선수를 투입해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의도다.

kt의 미래 3인방, 팬 앞에서 인사- 부산 kt 신인 선수 허훈 양홍석 김우재(왼쪽부터)가 지난 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BL 제공

다섯 명으로 한 팀이 구성되는 프로농구에서 경기를 이끄는 포인트가드와 외곽슛을 맡는 슈팅가드는 1번과 2번으로 불린다. 슛과 리바운드를 각각 분담하는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가 3·4번을 맡고 골 밑을 지키는 센터가 5번이다.

투 가드 시스템은 1·2번을 모두 포인트가드로 구성해 빠른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허훈은 정통 포인트가드이다. 조 감독은 돌파능력을 갖춘 이재도나 정확한 슛을 장착한 박지훈과 허훈을 번갈아 투입하면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kt가 4쿼터에서 역전패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2012-201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는 투 가드 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유재학 감독은 신인 김시래(현 창원 LG)와 주전 양동근을 함께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함지훈과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 문태영·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가드 두 명의 도움을 쉽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높이에서 열세를 보이는 kt가 투 가드 시스템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바운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빠른 농구의 강점이 반감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kt의 센터 김현민은 개막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박철호도 허리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김승원이 토종 선수로는 유일하게 골 밑에서 활약 중이다.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198cm)도 다른 팀 용병보다 신장이 크지 않다. 웬델 맥키네스(192cm)는 지난 두 시즌 원주 DB에서 보여준 파괴력을 잃은 모습이다.

한편 kt는 지난 4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80-92로 패하며 1라운드를 1승 8패로 마감했다. 시즌 3연패와 함께 홈 5연패에 빠진 kt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kt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허훈·양홍석·김우재가 뛸 수 있는 2라운드 첫 경기(오는 7일 서울 SK전)부터 반전을 노린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