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잘했다고 말해주고파”

- 유소연, 올해의선수 공동수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열린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 15언더파로 1타 차 단독 선두 렉시 톰슨(미국)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톰슨은 파만 해도 우승은 물론 올해의 선수와 평균 타수·CME 글로브 포인트까지 3관왕이 유력했다. 긴장한 탓일까. 톰슨은 30㎝ 거리의 파를 지키지 못하고 땅을 쳤다. 우승은 마지막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차지했다.

톰슨과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던 박성현(24)은 그제야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기록 파괴자’ 박성현이 LPGA 투어 데뷔 첫해 올해의 선수와 신인왕·상금왕에 올랐다. ‘전설’ 낸스 로페스(미국)가 1978년 달성한 3관왕의 위업을 39년 만에 재연한 것이다.

박성현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톰슨이 공동 2위로 내려앉는 바람에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62점을 쌓아 유소연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가 2명 탄생한 건 처음이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13년 박인비(29) 이후 4년 만이다.

상금 2위 유소연(27)이 이날 공동 30위(5언더파 283타)에 그치면서 박성현은 상금왕(233만5883달러) 타이틀도 차지했다. 이미 올해 신인상을 받은 박성현은 평균 타수 1위가 톰슨에게 돌아가는 바람에 로페스의 ‘4관왕 신화’는 아쉽게 재연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박성현·유소연과 경쟁하던 톰슨은 CME 글로브 포인트 1위에게 주는 보너스 100만 달러로 위안을 삼게 됐다.

박성현은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선수상 수상 결정이 났을 때) 굉장히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첫 시즌을 마치는 소감을 묻자 “아!”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숨 가쁘게 달리다 보니 나한테 칭찬이 좀 부족했다. 그냥 잘했다고 (스스로) 말해주고 싶다”며 자신을 격려했다.

그는 또 “언제나 목표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다. 부족한 점을 다시 돌아보고 노트에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 수상한 유소연은 “목표를 이뤘다. 올해 2승을 했고 한동안 세계 랭킹 1위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어깨 통증이 꽤 심해 기권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면서 “나는 ‘어깨야, 저 상(올해의 선수)을 받도록 빨리 낫는 게 좋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어깨가) 빨리 낫는 좋은 동기를 유발했다”고 소개했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