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아직 확정된 건 없어”
- 영입 땐 왼손타자 갈증 해소

전국을 떠돌던 ‘부산 사나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인 내야수 채태인(36·사진)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채태인의 원소속 구단인 넥센 히어로즈는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주고받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사인 앤 트레이드’는 FA를 영입할 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을 피하고자 취하는 계약 형태다. 양 구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협상이 진행 중인 과정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 측은 “심각하게 채태인 영입을 고민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면서 “넥센이 먼저 채태인과 FA 계약을 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트레이드 대상 선수도 맞춰봐야 한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넥센 측 역시 “선수와 사인하고 KBO 승인까지 거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진행 중인 사안이라 뭐라 더 말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부산 출신인 채태인은 대신초-대동중-부산상고에서 좌완투수로 활약했다.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직후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제기량을 찾지 못해 2005년 방출당했다.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채태인은 타자로 전격 전향했다. 2016년에는 넥센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행사한 채태인은 아직 새 둥지를 찾지 못했다.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채태인 영입에 필요한 보상금(지난 시즌 연봉 3억 원의 3배인 9억 원) 규모가 커 영입 의사를 나타내는 팀이 없었다. FA 손아섭·민병헌과 계약해 출혈이 컸던 롯데는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채태인을 품는다는 전략이다.

롯데가 채태인까지 영입하면 강력한 내야 라인을 구축한다. 주전 1루수 이대호와 번갈아 수비에 나설 수 있어 체력 안배도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왼손 타자에 대한 갈증도 해소된다.

채태인은 지난 시즌 109경기에서 타율 0.322 12홈런 62타점 장타율 0.500, 출루율 0.388를 기록해 건재를 알렸다.

그는 2차 드래프트로 LG 트윈스에서 이적한 좌타 외야수 이병규와 함께 롯데 좌타 라인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상대 투수의 성향에 따라 오른손 타자 박헌도와 경기 후반 대타 요원으로도 기용할 수 있어 선택지도 많아지는 셈이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