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다이라 포함 30대 빙속선수들
- 평창 시상대 점령하며 맹활약
- 1989년생 이상화도 도전해볼만
-“훈련 등 시간 맞춘 알람만 7개
- 다 끄고 당분간은 쉬고 싶어”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친 이상화(29)의 ‘미래’가 초미의 관심사다.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그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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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가 19일 강릉 올림픽파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질문은 ‘은퇴’에 맞춰졌다. 이상화에게 ‘선수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스프린트에도 이런 선수 있었구나,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 남았죠. 뭐”라며 웃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볼 수 있느냐고 하자 “아직 확답은 못 드린다. 일단은 편히 내려놓고 쉬고 싶다. (베이징은) 정말 아주 먼 이야기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다”고 했다. 또 은퇴 시기에 대해서는 “1, 2년 더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화는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어요.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일어나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운동하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 또 낮잠 자고 운동 나가야 하는 시간…. 그런 식(웃음). 다 끄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쉬고 싶어요.”
알람 스케줄을 하나씩 열거하던 이상화는 자신이 듣기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훈련과 휴식만을 반복하는 고된 일정을 견딘 그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특히 ‘안방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과 나빠진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은 지난 4년 내내 이상화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이런 힘든 시간을 두 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버텨냈다고 했다.
이상화는 ‘최초’와 ‘최고’ 기록을 보유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부터 3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세 번째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다. 2013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 이상화가 작성한 36초36의 세계신기록도 아직 깨지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성기가 30대에 찾아오는 걸 고려하면 이상화도 베이징을 노려볼 만하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권에 든 선수 대부분은 우리 나이로 33살인 1986년생이다.
고다이라 나오(일본)를 포함해 남자 1만 ｍ 금메달리스트 테트-얀 블루먼(캐나다)과 네덜란드의 여자 에이스 이레인 뷔스트도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났다. 1989년생인 이상화도 4년 뒤에 32살이다. 만약 이상화가 베이징 무대까지 밟는다면 역대 동계올림픽 최초 4개 대회 연속 메달이라는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이상화는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고다이라에게 ‘평창 끝나고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할 거냐’고 물었더니 고다이라가 ‘네가 하면 한다’고 했어요. 그때는 재미있게 웃어넘겼죠”라고 답했다.
이상화는 그동안 유럽·북미 선수들과의 체격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신체적으로 많은 무리를 했다. 소치올림픽을 마치고선 왼쪽 무릎과 허벅지 부상으로 고전했다. 몸 상태도 이상화의 ‘평창 이후’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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