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삿포로 AG 대표 선발 때 넘어져
- 좌절 딛고 올림픽 준비에 올인
-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메달 결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짜릿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또 하나의 ‘깜짝 메달’이 나왔다.

김태윤이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모태범’으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간판 김태윤(24·서울시청)은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000ｍ 경기에서 1분8초2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각각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1분07초95)와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1분07초99)에게 돌아갔다.

15조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김태윤은 초반 200ｍ 구간을 16초39로 통과하더니 가속도를 붙여 30명 가운데 중간 선두로 뛰어올랐다.

김태윤 뒤에는 6명의 선수가 남아 있었다. 모두 세계랭킹이 김태윤에 앞서는 강자들이었다. 가슴을 졸이며 나머지 레이스를 지켜보던 김태윤은 나위스와 로렌첸만 자신의 기록을 앞서자 환호하며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김태윤은 일찌감치 2010 밴쿠버올림픽 500ｍ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9)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2014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1000ｍ에서 3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승승장구하던 2016년 12월 큰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진 것이다. 2016년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타던 때라 충격은 더 컸다.

절치부심한 김태윤은 오직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훈련에 매진했다. 또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경기장의 얼음이 상대적으로 무르다고 보고 체중을 3㎏가량 줄였다. 빙질이 무르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몸만 바꾼 게 아니다. 김태윤은 위험을 감수하고 스케이트 날과 코너 주법도 바꿨다. 그는 “힘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에서 코너를 돌 때 눌러 타는 느낌으로 주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김태윤과 함께 1000ｍ에 함께 출전한 500ｍ 은메달리스트 차민규(동두천시청)는 1분9초27로 12위에 올랐다.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동생 정재원(동북고)과 나란히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정재웅(동북고)은 1분9초43으로 차민규에 이어 13위를 차지했다.

이날 김태윤의 메달로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전 종목에서 5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첫 ‘깜짝 빙속 메달’의 주인공은 남자 1500ｍ의 김민석(성남시청)이었다. 지난 19일에는 차민규가 남자 500ｍ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00ｍ와 1만 ｍ에서는 이승훈(대한항공)이 각각 5위와 4위를 했다.

마지막 남은 24일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이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남자 빙속은 7개 전 종목 ‘톱 5’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병욱 기자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