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16호·3경기 연속 골에도
- 팀은 유벤투스에 역전패 당해
- 챔스리그 8강 진출 결국 무산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손흥민(26·토트넘)이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폭발하고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토트넘은 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유벤투스에 1-2로 역전패했다. 앞선 1차전을 2-2로 비긴 토트넘은 합계 3-4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프로 통산 300번째 경기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한 왼발슛을 날려 유벤투스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0분엔 키어런 트리피어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반대편으로 공을 넘기자 번쩍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 골대 쪽으로 보냈으나 다시 부폰의 펀칭에 막혔다.

전반 32분에는 상대 선수인 안드레아 바르찰리와 경합하다가 넘어져 왼쪽 무릎 쪽을 밟히기도 했다. 집중 견제를 받던 손흥민은 전반 39분 트리피어에게서 다시 넘어온 공을 툭 차 넣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공이 디딤발이던 왼발에 맞고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 시즌 전체 16골이자 챔피언스리그 4호 골이었다. 또 이달 1일 FA컵 16강 로치데일전과 4일 정규리그 허더즈필드전에 이은 3경기 연속 득점포였다.

반격에 나선 유벤투스는 후반 19분 곤살로 이과인과 후반 22분 파울로 디발라의 동점·역전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손흥민은 후반 38분 페널티아크 뒤쪽에서 매서운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반 45분에는 해리 케인의 헤딩슛이 골대 왼쪽을 맞으면서 토트넘은 8강 문턱에서 결국 돌아서야 했다.

경기를 마친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또 “결과가 완벽하지 못했다. 슬프고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포지션 경쟁자인 에릭 라멜라와의 ‘선발’ 논쟁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신이 ‘노란색 킬러’이자 ‘웸블리의 왕자’임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터뜨린 16골 중 14골을 홈구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작성했다. 이번 시즌 25개의 공격포인트(16골·9도움) 가운데 22개(14골·8도움)를 웸블리에서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득점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에 유독 강했던 손흥민의 이력과도 겹쳤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때 ‘양봉업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