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 지난시즌 MR에 육성노래
- 협의 못하면 일부 새로 만들어야
- 홈팬 익숙한 노래 상당수 바뀔듯

부산 사직야구장의 또 다른 이름은 ‘사직노래방’이다. 선수 응원가가 나올 때마다 부산 갈매기들이 ‘떼창’을 한다. 홈 팬들에게 익숙한 응원가가 앞으로 상당수 바뀔 전망이다. ‘저작인격권’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를 포함한 10개 구단은 현재 선수 응원가를 새로 만들거나 저작권자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자는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갖는다. 저작인격권이란 작가에게 부여되는 고유 권리다. 원곡의 내용과 형식을 변형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도록 규정했다. 보통 프로구단은 원곡을 흥겹게 편곡하거나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한다. 모두 저작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인격권은 지난 시즌부터 불거졌다. KBO와 10개 구단은 이전까지 응원가 사용에 따른 저작권을 저작권협회에 지급해왔다. 저작인격권에 대해서는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던 일부 저작자들은 최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권리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롯데도 지난 시즌부터 가사 없이 반주(MR)만 틀었다. 노래는 관중이 육성으로 부르게 했다. 이번 시즌에 새로 영입한 선수 응원가는 대부분 창작곡으로 채웠다. 민병헌·채태인·나원탁이 그런 경우다. 아직 신인 한동희의 응원가는 만들지 못했다. 대중가요나 유명 멜로디를 피하려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아진 탓이다.

롯데 측은 저작권자와 협의가 마무리된 응원가는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팀 응원가와 개인 응원가 몇 곡은 새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가 외국인이거나 저작권 지분이 여러 명에게 분산된 경우 협의에 시간이 더 걸린다.

NC 다이노스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응원곡 몇 개에 손을 댔다. 나성범·모창민·박민우의 응원곡은 아예 새로 제작했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팬들의 반대에도 상당수 응원가를 새로 만들었다. 저작인격권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10개 구단의 저작인격권 합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구단 인사는 “원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야구팬에게 익숙한 응원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